‘오재원 사태’에 고개 숙인 이승엽 감독 “모두 야구 선배들의 잘못… 후배들 볼 면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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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베어스 제공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선배로서 고개를 숙였다.

프로야구 두산이 시즌 초반 큰 악재를 만났다.
두산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다 은퇴했던 오재원을 둘러싼 마약 파문 때문이다.
팀을 떠난 이의 개인적 일탈이었기에 그동안 두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두산 소속 8명의 현역 선수들이 오재원을 대신해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을 대리처방 받아 건넸다는 사실이 22일 전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정황상 오재원으로부터 협박과 강요를 받은 대리처방으로 알려졌지만, 위법행위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향후 법적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그게 현실화 된다면 관련 선수들에 대해 KBO 내부에서 출전 징계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당혹스러움과 별개로 두산도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23일 잠실 NC전을 앞둔 이승엽 감독의 얼굴이 밝을 수 없던 까닭이다.
사령탑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 선 이 감독은 “야구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구단으로부터 (선수들이) 자진 신고를 했으며, (선수들에 대해) 규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거기에 걸려 있다는 게 안타깝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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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야구 국가대표 출신 오재원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팀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수석코치께서 미팅을 했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구단에서 나름대로 수습을 하실 거다.
팬들은 또 경기장에 오시지 않나. 선수들은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쪽 일은 그쪽 일이고 이쪽은 이쪽이다.
경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사령탑은 “모든 게 야구 선배들의 잘못이다.
선배들이 잘못된 거다”라는 말을 연거푸 반복했다.
불합리한 협박과 강요에도 불구하고 후배 선수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야구계 내의 위계 질서와 강압적인 분위기에 대한 반성이었다.

“저 또한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이 이런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다”라는 말을 덧붙인 이 감독은 씁쓸한 표정으로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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