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오재원이 건넨 악마의 속삭임…16년 신뢰가 악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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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참혹한 민낯이다.

현역시절 야구선수 오재원은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였다.
워낙 개성이 강한 데다 과도한 승부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투지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전체 72순위)로 프로 입단 후 독하게 바늘구멍을 뚫었다.
2007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뒤 주축 2루수로 발돋움했다.
다소 직설적인 화법을 선보이긴 했으나 팀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로서 추앙받았다.
성대한 은퇴식까지 열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은 잔혹했다.
후배들을 어둠의 길로 인도했다.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을 대리 처방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요청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후배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속삭였다.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한 두 번이 아니다.
가히 상습적이라 할 만하다.
일부 선수들은 여러 차례 대리 처방을 해줬다.
부산, 광주 등 원정길을 떠나면서까지 요청을 들어준 경우도 있었다.

연루된 선수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로 2군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팀 내 위치가 불안정한 약자였다.
선배는 곧 하늘과도 같았을 터. 프로세계에서 어떻게든 버티고자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심지어 자신의 뒤를 걷길 바라는 이들에게 잔인한 지시를 내렸다.
자신의 지위와 입지를 악용해 겁박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흉기로 찌르겠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겨져 있었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프로선수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자격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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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오재원이 등 떠민 곳엔 깊은 수렁이 있었다.
지난달 말 두산은 1,2군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오재원의 마약 문제가 대두됐던 시점이다.
오재원은 지난달 17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보복 협박 등), 특수재물손괴, 사기, 국민건강보험법·주민등록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를 통해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에 신고했다.


본격적으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KBO와 구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선수단 상당수는 수면제 대리처방이 불법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2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병원 내역은 물론 오재원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모두 포함했다.
곳곳에서 억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다만, ‘법의 영역’이 이러한 부분을 헤아려줄 지는 미지수다.

두산 역시 당혹스럽다.
오재원을 향한 오랜 신뢰가 깨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리스크가 터졌다.
스스로 타락한 것도 모자라 후배들까지 끌고 들어갔다.
아직 특별한 조처가 들어간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미뤄졌다.
엄밀히 말하면 그때까진 해당 선수들도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언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상황. 팬들 앞에서 자신의 야구를 선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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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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