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겁박에 대리처방 받은 두산 후배 8명 경찰에 자진신고 마쳐…쟁점은 필로폰 입수 경위[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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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적극 소명하고 선처를 호소해야죠.”
마약사범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오재원(39)의 강요로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전달한 두산 선수 8명이 경찰에 자진신고했다.
이들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모아 22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원정에서도 처방받은 선수가 있어 해당 병원까지 다녀오는 등 자료수집에 열을 올렸다.
물론 오재원에게서 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모두 제출했다.
스포츠서울이 일부 확보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너무 무서워서 부탁 못들어드릴 것 같다.
죄송하다”는 후배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나만 안(알)고 있으면 아무문제 없어”라고 회유하는 대화가 있다.
오재원은 음성통화를 시도하다 거절당하자 “카톡 지우고 애들한테 얘기하지말고 그냥 없었던 걸로 하라”고 대리처방 사실을 숨기려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또다른 후배는 처방받은 약을 두고 왔다고 말하자 욕설을 남기는 등 강하게 질타하는 대화내용도 포착됐다.
후배들이 “죽을죄를 지은 것 같다” “죽을 것 같다”는 얘기로 거절의사를 완곡히 표현했지만, 오재원은 듣지 않았다.
오재원에게 희생된 일부 선수는 잠실구장 복도 등에서 구타당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역 은퇴 후에는 은퇴한 선수들을 찾아가 대리처방을 요구했고, 이 중 두 명은 “너무 아프다”는 오재원의 연기에 속아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선수들은 오재원의 협박내용을 팀 선배들에게 알려 조언을 구했고 “절대, 어떤 형태로든 연루되면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 강하게 거부해 피해를 면하기도 했다.
오재원이 워낙 은밀하게 개인적으로 접근해 대리처방을 강요하고, 대화내용 등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를 한 탓에 선수단 내에서도 크게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좋은 말로 독특한 선수라는 생각은 했지만 (대리처방을 요구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도핑, 불법도박, 음주운전 등 부정행위 방지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대리처방’까지 교육내용에 넣을 생각은 못했다.
상식적으로 대리처방을 강요할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또다른 구단 고위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이 잘못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선후배 위계가 확실한 한국 스포츠부 현실을 고려하면, 1군에 올라갈 날만 바라보며 매일 자신과 사투를 펼치는 힘없는 2군 선수들에게 국가대표에 주장까지 지낸 선배 말을 쉽게 거역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같은 팀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얼굴을 마주봐야하니 더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당국에서 처벌하면 받아야 한다.
그래도 억울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에 자진신고한 것”이라며 “오재원 한 명 때문에 젊고 유망한 선수가 꿈을 잃어버릴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숨 쉬었다.
수면제 대리처방으로 논란이 됐지만, 경찰이 엄중하게 생각하는 건 필로폰 투약이다.
수면제(스틸녹스정)는 처방전 발급 기록으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11차례나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인의 아파트 복도에 필로폰 0.4g을 숨긴 것으로 알려져 마약 입수 경위 등을 조사해 공급책을 잡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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