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진 ‘빠져나갈 결심’→선수·팀에겐 기록 달렸는데→ABS 딜레이 보완책 있나 [SS시선집중]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 밖에 없는 거예요.”

‘빠져나갈 결심’부터 했다.
수많은 팬과 선수·팀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덮는데 급급했다.
‘장두노미(藏頭露尾)’라 했다.
머리를 숨긴다고 해서 꼬리까지 감출 순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공정’이 우선돼야 하는 프로 스포츠에서, 대놓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정’이 적발됐다.
게다가 은폐 시도 주인공이 누구보다 경기를 공정하게 판단, 진행해야 하는 심판진이라 충격이 더욱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과 NC전에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도 막지 못한 심판진의 부정 ‘작당모의’가 포착됐다.
이들이 나눈 대화가 전파를 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심판진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날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NC 선발투수 이재학은 1스트라이크에서 삼성 이재현에게 2구째 패스트볼을 던졌고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하지만 ABS에 찍힌 것은 ‘스트라이크’였다.

NC 더그아웃에서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후 이를 확인하고 강인권 감독이 심판진에게 항의했다.
전광판에 나오는 ABS 판정과 KBO가 각 구단에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급한 태블릿 판정과의 시간 차가 있기 때문. 심판진은 4심 합의를 했고 결국 강 감독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ABS 판정 딜레이가 없었다면, 그래서 NC 강 감독이 좀 더 일찍 항의했다면 결과값이 바뀌었을까.

KBO역시 ABS 최초 판정과 더그아웃 태블릿 간 시간 차를 인정하고 있다.
개선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KBO 관계자는 “아무래도 더그아웃에 지급한 태블릿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다보니 KBO 최초 판정과 딜레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정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전자기기 등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판정 딜레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있다.
더그아웃에 태블릿이 아닌 케이블을 연결한 유선 TV를 설치하면 시간을 단 1초라도 단축시킬 수 있다.
물론 TV도 실제 중계와 간극이 있지만 지금 무선 태블릿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딜레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각 팀 더그아웃에 이어폰(인이어)을 지급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는 주심과 3루심이 이어폰으로 ABS 판정을 듣고 콜 사인을 내는데, 더그아웃에서 듣다가 최초 판정과 다른 콜이 나온다면 즉시 항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KBO도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KBO는 이날 오후 늦게 ABS 보완책을 내놨다.

KBO 측은 “양팀 더그아웃에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며 “또 주심 혹은 3루심이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요원이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심판진은 오늘부터 직무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엄정하게 징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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