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 대운→1년 단축’ 홍명보호 신화엔 명품 베테랑 존재했다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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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울산 현대의 창단 첫 K리그 2연패를 지휘한 홍명보(54) 감독은 지도자로 제2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지난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파이널A 2차전) 대구FC와 홈경기에서 2-0 승리, 승점 70(21승7무7패) 고지를 밟으면서 리그 잔여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60)가 모두 이겨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매번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린 울산은 지난해 홍 감독 지휘 아래 17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오르며 통산 세 번째 별을 달았다.
그리고 올해 창단 첫 2연패를 달성, 정규리그 통산 4회 우승(1996 2005 2022 2023)에 성공했다.
홍 감독은 박종환(성남·1993~1995) 김호(수원·1998~1999) 차경복(성남·2001~2003) 최강희(전북·2014~2015, 2017~2018) 조세 모라이스(전북·2019~2020)에 이어 국내 프로축구 최상위리그 사령탑으로는 역대 5번째로 2연패를 달성, 명실공히 ‘우승 청부사’로 거듭났다.
특히 홍 감독은 ‘10년 주기 대운설’로 주목받은 축구인이다.
1992년이 시작이었다.
홍 감독은 그해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우승은 물론, K리그 베스트11과 MVP를 석권했다.
10년 뒤인 2002년엔 주장 완장을 달고 한일월드컵 본선에 출전해 4강 신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2012년엔 런던올림픽 대표팀 수장으로 동메달 신화를 지휘했다.
지난해 울산 사령탑으로 17년 묵은 구단 우승 한을 풀어내면서 10년 주기설은 ‘과학’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도자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그의 역량은 10년 주기 대운을 1년으로 단축했다.
지도자 커리어 처음으로 클럽을 이끌고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그 이면엔 홍 감독이 팀의 구심점이 되는 베테랑과 미래 지향적인 소통을 하고 진실한 배려로 팀을 하나로 묶는 데 있다.
울산은 과거 다수 스타 선수의 존재에도 ‘원 팀 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가 홍 감독은 지난 시즌 주장으로 뛴 이청용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력을 다졌는데, 올 시즌엔 팀 내 선참급 다수가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으며 어린 선수와 시너지를 냈다.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됐다.
특히 울산은 지난 여름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가 갑작스럽게 아랍에미리트(UAE) 리그로 이적하며 전력의 큰 손실을 봤다.
그 시기 수비의 핵심인 국가대표 센터백 김영권도 중동에서 현재 연봉 세 배 수준의 제안을 받았다.
선수 황혼기를 보내는 그에겐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홍 감독도 청소년 대표 사령탑 시절부터 중용한 김영권의 미래를 가로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 시작과 함께 장기간 해외 생활을 하다가 K리그에 온 김영권은 스승 홍 감독의 여러 조언을 받아들여 울산 잔류를 선택했다.
더욱더 높은 책임감을 품은 그는 수비진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 구실을 지속하면서 팀이 2연패를 해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김영권의 중앙 수비 파트너인 김기희의 헌신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팀이 부정적인 이슈로 휘청거릴 때 새 주장으로 선임돼 내부 결속력을 꾀하는 데 앞장섰다.
하반기 홍 감독이 가장 믿은 자원 중 한 명이다.
상반기 정승현, 김영권 등에게 밀려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불만 없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그는 울산이 마지막까지 원 팀으로 뛰는 데 동력이 됐다.
토종 스트라이커 주민규도 이전 소속팀처럼 매 경기 선발로 뛰는 게 아니라 마틴 아담(헝가리)과 번갈아 기회를 받으면서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우승’ 타이틀을 품고 싶은 의지에 친정팀 울산에 돌아온 그는 팀 내 상황에 맞게 희생하고 자기 관리에 애썼다.
결과적으로 여러 변수에도 현재까지 15골을 기록, 리그 득점왕 경쟁을 펼치며 홍 감독 믿음에 보은했다.
지난해 주장이자 MVP 주인공인 이청용도 변함없었다.
그는 코치진과 선수단의 가교 구실을 누구보다 잘하는 베테랑이다.
또 그라운드에서는 선발로 자주 뛰지 않지만 후배를 독려하며 조커로 소임을 다했다.
하반기엔 중앙 미드필더로 옮겨 특유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박용우의 공백을 메웠고 빌드업의 꼭짓점 노릇을 했다.
스타 군단일수록 사령탑과 베테랑의 합이 잘 맞아야 팀이 완성된다.
울산은 홍 감독과 베테랑이 교과서적으로 의기투합하며 2연패에 골인, 2020년대 왕조 구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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