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독수리] ‘아팠던 만큼, 찬란하게’… 암흑기 털고 일어나는 한화, 빛줄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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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이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진감래(苦盡甘來).’

프로야구 한화의 초반 기세가 뜨겁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구가하며 10년 만에 단독 1위를 맛봤다.
개막 8경기 7승 1패는 1992년 이후 32년 만이며, 2연속 3연전 스윕도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시즌 출정식에서 외친 ‘REBUILDING IS OVER(리빌딩은 끝났다)’ 구호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화끈한 고공비행이다.

◆칠흑 같은 어둠

한화는 KBO리그 어떤 팀보다 긴 암흑기를 보냈다.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07년 정규시즌 3위를 찍고 추락했다.
지난해까지 쌓인 16번의 시즌 중 5할 승률을 단 두 번(2008년 0.508·2018년 0.535) 넘겨봤다.
가을야구 진출은 2018년(3위)이 유일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곧장 탈락했다.
이마저도 플루크 시즌으로 평가 절하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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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이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하위만 8번을 찍었다.
8구단 체제 아래 3번(2009∼2010·2012년), NC가 합류한 9구단 체제에서 2번(2013∼2014년) 그리고 KT를 마지막으로 10구단 체제가 완성된 후 총 3차례(2020∼2022년) 10위를 기록했다.
8∼10구단 체제에서 모두 꼴찌를 해본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만년 꼴찌’는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가슴 아픈 사실에 기반한 꼬리표였다.

최하위가 아니라도 항상 순위표 아래를 지켰다.
1986년 전신인 빙그레로 출발해 1999년 유일한 ‘V1’을 일궜던 한화는 우승은커녕 ‘우승급 전력’조차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한 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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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화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어두웠던 터널이 조금씩 환해진다.
암흑기 속 유일한 위안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심었던 씨앗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빛줄기가 되고 있다.

‘특급 루키’의 시작을 알린 건 우완 문동주다.
2022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자인 그는 부상에 허덕인 2022시즌을 건너 지난해 재능을 만개시켰다.
국내 투수 최초 구속 160㎞ 돌파,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류현진 이후 17년 만의 한화 신인왕 등으로 역대급 재능을 증명했다.
‘국대 우완’ 타이틀까지 차지한 그는 올해 한화의 4선발을 책임진다.

‘1순위 듀오’가 바통을 받았다.
2023 드래프트 1순위에 빛나는 우완 사이드암 김서현은 지난해 와일드한 투구폼과 제구에 고생하며 부진했지만, 지난 31일 불펜서 2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2024 드래프트 1순위인 좌완 황준서는 31일 KT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KBO리그 역대 10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자, 한화 소속으로는 류현진 이후 18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야수진에도 내외야를 불문 문현빈, 임종찬, 최인호 등 될성부른 떡잎들이 가득하다.
‘보살’로 불리는 한화팬들이 암흑기를 뚫고 밝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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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화이글스파크 관중석이 한화 팬들로 가득 차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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