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어쨌든 ‘김연경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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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김연경 시리즈’다.
2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시작되는 2023~2024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승제)는 정관장에게도, 흥국생명에게도 김연경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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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승점 2위 흥국생명(승점 79, 28승8패)이 3위 정관장(승점 61, 20승16패)보다 훨씬 많이 쌓아지만, 봄 배구의 시작점은 같다.
딱 하나 어드밴티지가 있다면 3차전까지 갈 경우 홈 경기를 한 번 더 치른다는 것뿐이다.

최근 팀 분위기만 보면 정관장의 우세다.
정관장은 2016~2017시즌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7일엔 GS칼텍스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의 싹을 잘라내며 플레이오프 직행에도 성공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해있다.

반면 흥국생명은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승점 80, 26승10패)에 승점 딱 1이 뒤져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정규리그 1위를 내준 결정적인 이유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 지난 8일 1-3으로 덜미를 잡혔다는 것도 선수단의 상실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12일 만난 1위 현대건설을 3-0으로 제압했기에,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페퍼저축은행에 이겼다면 정규리그 1위의 주인이 자신들의 차지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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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막판까지 순위싸움을 하다 실패하면 그 여파는 포스트시즌에도 고스란히 미칠 수 밖에 없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이 그 예다.
개막 15연승을 달리는 등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던 현대건설은 결국 흥국생명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2위로 정규리를 마쳤다.
그 여파는 플레이오프까지 미쳐 도로공사에 2전 2패를 당하며 봄 배구를 허무하게 마쳐야 했다.
흥국생명으로선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예를 반면교사 삼아 팀 분위기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포지션 매치업도 정관장의 우세가 많아. 세터의 대각에 서서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도 정관장의 메가(인도네시아)가 흥국생명의 윌로우 존슨(미국)보다 앞선다.
흥국생명의 대체 외인 윌로우는 특유희 넘치는 에너지와 흥으로 팀 분위기를 고조시키긴 하지만, 공격 기술이나 수비 등에서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반면 메가는 공격 4위(43.95%), 서브 2위(세트당 0.250개) 등 공격 전 부분에 걸쳐 맹활약하며 올 시즌 최고의 아시아쿼터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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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 블로커에서도 정호영, 박은진이 지키는 정관장의 코트 가운데가 김수지, 이주아가 지키는 흥국생명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리베로에서도 전성기 기량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김해란과 범실이 왕왕 나오는 도수빈의 흥국생명보다는 노란이 지키는 정관장이 낫다.

세터 부문에서 양 팀의 차이가 극명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던 염혜선은 후반기 들어 리그 최고 세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따금 토스 범실이 나와도 후속 랠리에서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염혜선의 물오른 경기운영과 토스워크가 있었기에 정관장의 후반기 대반격이 가능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이원정, 김다솔, 박혜진으로 이어지는 세터 라인이 불안감이 크다.
부상에 시달리던 주전 세터 이원정이 리그 최종전에 돌아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8일 페퍼저축은행전 완패는 이원정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다솔, 박혜진으로만 경기를 치러 나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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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포지션에 걸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열세에 놓여있는 흥국생명이 앞서는 부분은 딱 하나. 김연경이 버티는 아웃사이드 히터다.
정관장의 지아가 5~6라운드 들어 맹위를 떨쳐 공격면에선 김연경과 대등하다고 쳐도 수비 능력에선 김연경에게 상대가 안 된다.
게다가 정관장은 공수에서 안정감을 더해주던 ‘소영언니’ 이소영이 지난 7일 GS칼텍스전에서 좌측 발목이 돌아가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플레이오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흥국생명으로선 올해로 어느덧 36살로, ‘노장’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김연경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로 V리그에서 7시즌을 소화한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치른 36경기, 140세트에 전부 출전했다.
775득점 역시 김연경의 V리그 내 커리어하이일 정도로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플레이오프 역시 김연경이 정규리그 때만큼, 아니 그 이상은 해줘야 승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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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역시 김연경을 막아야만 플레이오프를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8일 미디어데이 사전 행사에서 만난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결국 단기전은 에이스 싸움이다.
우리가 얼마나 김연경의 공격을 블로킹이나 유효블로킹을 만들어내느냐다.
그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알고도 속는 게 배구고, 알고도 못 막는 선수가 있는데, 그런 선수가 김연경이다.
우리로선 1차전부터 길게 길게 끌고가서 김연경의 체력을 떨어뜨린다는 마음으로 할 생각이다.
최대한 김연경에게 안 좋은 볼이 올라가게끔 물고 늘어진다는 생각으로 붙어보겠다”고 말했다.

정관장의 정호영 역시 김연경이 살아나면 흥국생명 전체 팀 분위기가 고조된다는 것을 경계했다.
정호영은 “흥국생명이랑 경기를 하면 팬들의 함성소리와 응원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물론 저는 경기할 땐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하고, 그 정도 함성은 흥국생명과 경기할 때 들려왔던 거라 괜찮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김)연경 언니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득점을 성공해내거나 하면 함성 소리가 더 커지는 팬분들과 하나되어 상대를 집어삼킨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거기에 눌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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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김연경 시리즈’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홈에서 두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V리그 14개 구단 중 가장 뜨거운 팬덤을 자랑하는 흥국생명에게 큰 어드밴티지라는 점이다.
1차전을 흥국생명이 잡아낸다면 시리즈는 의외로 쉽게 끝날 수도 있다.
반대로 1차전을 정관장이 잡아낸다면 7년 만에 봄 배구를 치르는 대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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