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5명 꽉 들어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삼일절 매치’, 승자는 클러치 결정력 앞선 대한항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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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유관순 열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체육관 네이밍을 그의 이름을 따와서 지었다.
유관순 열사의 ‘천안 아우내 만세 운동’을 비롯해 전국적인 만세 운동이 벌어졌던 1919년 3월1일의 3.1운동을 기념하는 삼일절.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 2023~2024시즌 전까지 삼일절에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는 6경기로, 현대캐피탈은 ‘삼일절 매치’에서 3승3패를 기록 중이었다.
2006년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을 만나 3-0으로 이겼지만, 2009년부터 2011년까진 3년 연속 삼성화재를 만나 모두 패했다.
2017년과 2019년에는 OK저축은행(現 OK금융그룹)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삼일절 매치의 승률을 5할로 끌어올렸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남자 프로배구 최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유관순체육관에서의 ‘삼일절 매치’로 2023~2024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라이벌 맞대결에다 삼일절 매치까지 의미를 더하면서 이날 유관순체육관은 3475명의 관중들이 가득 들어찼다.
올 시즌 남자부 네 번째 매진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이지만, 올 시즌 처지는 천양지차로 벌어져있다.
대한항공은 여전히 선두를 달리며 통합우승 4연패를 향해 순항중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진 끝에 지난해 12월21일 9시즌째 팀을 이끌어온 최태웅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최 감독 경질 후 선수단의 각성 및 포지션 적응이 이뤄지며 10승4패의 급상승세를 타며 봄배구 진출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2위 우리카드의 추격을 막아내기 위해, 최대 네 팀이 참전하고 있는 봄배구 진출 티켓 경쟁전을 위해 저마다의 이유로 승리가 절실했던 두 팀의 맞대결은 세트마다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현대캐피탈이었다.
경기 전 진순기 감독대행은 “강한 서브로 정지석-곽승석으로 이어지는 대한항공의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리시브를 흔들어야 한선수의 세트 플레이를 견제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효과적으로 흔들며 블로킹을 4개나 솎아냈다.
21-19로 앞선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온 주장 문성민이 강서브로 대한항공 리시브를 흔들어 곽승석의 넷터치 범실과 곽승석의 오픈 공격이 네트에 걸리게 만든 게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1세트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도 초반을 밀어붙이며 2~3점 리드를 잡아났다.
결국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소방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트 초반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무라드에서 임동혁으로 교체했고, 10-13 열세 상황에선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세터 자리를 한선수에서 유광우로 바꿨다.
이후 추격적을 개시해 19-19 동점을 만들었고, 22-22에서 정한용의 중앙 후위공격을 성공시킨 뒤 김민재가 아흐메드의 라이트 후위공격을 가로막으면서 24-22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가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24-23까지 따라붙었지만, 이어진 상황에서 허수봉이 정지석의 다소 길었던 리시브를 토스하던 유광우의 공을 건드리며 블로킹 오버넷 판정을 받으며 다소 허무하게 세트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는 강하게 항의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3세트도 초접전 양상이었다.
세트 중후반까지 대한항공이 20-16으로 넉넉히 앞섰지만, 정지석의 서브범실과 최민호의 연속 블로킹, 허수봉의 서브가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의 몸에 꽂히는 결정적인 서브득점까지 터져나오며 현대캐피탈이 기어코 20-20 동점을 만들어냈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은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
임동혁의 연속 공격 득점으로 두 점차 리드를 잡아낸 대한항공은 24-23에서 세터 유광우가 김규민의 속공을 선택했고, 김규민의 속공은 다소 빗맞았지만, 현대캐피탈 코트에 꽂히며 3세트도 대한항공의 차지가 됐다.
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은 4세트를 초반부터 일찌감치 앞서나가며 조기에 승리를 확정지었다.
3세트까지 잘 싸우고도 세트 스코어 1-2로 밀린 현대캐피탈은 4세트 들어 앞선 세 세트의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1(21-25 25-23 25-23 25-15) 승리를 거두며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승점 3을 추가한 대한항공은 승점 67(22승11패)가 되며 2위 우리카드(승점 60, 20승11패)와의 승점을 7까지 벌렸다.
우리카드가 대한항공보다 두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챙기더라도 순위가 역전되진 않는다.
대한항공이 선수 수성에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다.
2세트 초반부터 주 공격수 역할을 해낸 임동혁이 팀내 최다인 17점을 몰아쳤고, 정한용이 11점, 김규민과 정지석이 각각 10점을 보탰다.
선발 멤버 중 절반을 바꿔도 일정한 경기력을 구현해내는 대한항공의 뎁스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반면 승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44(14승18패)에 그대로 머물며 3위 OK금융그룹(승점 52), 4위 한국전력(승점 47), 5위 삼성화재(승점 45)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승패마진이 5할이 넘는 나머지 세 팀에 비해 승패마진이 ?4인 현대캐피탈로선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승률 5할을 채울 수 있다.
승점이 동률이 될 경우엔 승패로 순위를 따지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에겐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봄배구 진출을 결정짓는 벼랑 끝 승부다.
천안=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천안 아우내 만세 운동’을 비롯해 전국적인 만세 운동이 벌어졌던 1919년 3월1일의 3.1운동을 기념하는 삼일절.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 2023~2024시즌 전까지 삼일절에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는 6경기로, 현대캐피탈은 ‘삼일절 매치’에서 3승3패를 기록 중이었다.
2006년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을 만나 3-0으로 이겼지만, 2009년부터 2011년까진 3년 연속 삼성화재를 만나 모두 패했다.
2017년과 2019년에는 OK저축은행(現 OK금융그룹)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삼일절 매치의 승률을 5할로 끌어올렸다.
라이벌 맞대결에다 삼일절 매치까지 의미를 더하면서 이날 유관순체육관은 3475명의 관중들이 가득 들어찼다.
올 시즌 남자부 네 번째 매진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이지만, 올 시즌 처지는 천양지차로 벌어져있다.
대한항공은 여전히 선두를 달리며 통합우승 4연패를 향해 순항중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진 끝에 지난해 12월21일 9시즌째 팀을 이끌어온 최태웅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최 감독 경질 후 선수단의 각성 및 포지션 적응이 이뤄지며 10승4패의 급상승세를 타며 봄배구 진출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2위 우리카드의 추격을 막아내기 위해, 최대 네 팀이 참전하고 있는 봄배구 진출 티켓 경쟁전을 위해 저마다의 이유로 승리가 절실했던 두 팀의 맞대결은 세트마다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현대캐피탈이었다.
경기 전 진순기 감독대행은 “강한 서브로 정지석-곽승석으로 이어지는 대한항공의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리시브를 흔들어야 한선수의 세트 플레이를 견제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효과적으로 흔들며 블로킹을 4개나 솎아냈다.
21-19로 앞선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온 주장 문성민이 강서브로 대한항공 리시브를 흔들어 곽승석의 넷터치 범실과 곽승석의 오픈 공격이 네트에 걸리게 만든 게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소방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트 초반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무라드에서 임동혁으로 교체했고, 10-13 열세 상황에선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세터 자리를 한선수에서 유광우로 바꿨다.
이후 추격적을 개시해 19-19 동점을 만들었고, 22-22에서 정한용의 중앙 후위공격을 성공시킨 뒤 김민재가 아흐메드의 라이트 후위공격을 가로막으면서 24-22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가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24-23까지 따라붙었지만, 이어진 상황에서 허수봉이 정지석의 다소 길었던 리시브를 토스하던 유광우의 공을 건드리며 블로킹 오버넷 판정을 받으며 다소 허무하게 세트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는 강하게 항의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3세트도 초접전 양상이었다.
세트 중후반까지 대한항공이 20-16으로 넉넉히 앞섰지만, 정지석의 서브범실과 최민호의 연속 블로킹, 허수봉의 서브가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의 몸에 꽂히는 결정적인 서브득점까지 터져나오며 현대캐피탈이 기어코 20-20 동점을 만들어냈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은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
임동혁의 연속 공격 득점으로 두 점차 리드를 잡아낸 대한항공은 24-23에서 세터 유광우가 김규민의 속공을 선택했고, 김규민의 속공은 다소 빗맞았지만, 현대캐피탈 코트에 꽂히며 3세트도 대한항공의 차지가 됐다.
3세트까지 잘 싸우고도 세트 스코어 1-2로 밀린 현대캐피탈은 4세트 들어 앞선 세 세트의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1(21-25 25-23 25-23 25-15) 승리를 거두며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승점 3을 추가한 대한항공은 승점 67(22승11패)가 되며 2위 우리카드(승점 60, 20승11패)와의 승점을 7까지 벌렸다.
우리카드가 대한항공보다 두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챙기더라도 순위가 역전되진 않는다.
대한항공이 선수 수성에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다.
선발 멤버 중 절반을 바꿔도 일정한 경기력을 구현해내는 대한항공의 뎁스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반면 승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44(14승18패)에 그대로 머물며 3위 OK금융그룹(승점 52), 4위 한국전력(승점 47), 5위 삼성화재(승점 45)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승패마진이 5할이 넘는 나머지 세 팀에 비해 승패마진이 ?4인 현대캐피탈로선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승률 5할을 채울 수 있다.
승점이 동률이 될 경우엔 승패로 순위를 따지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에겐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봄배구 진출을 결정짓는 벼랑 끝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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