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졌잘싸’ 남자탁구 대표팀, 파리에서의 희망을 품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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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뜨거운 명승부였다.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 남자 대표팀이 4강에 오르기까지 치른 6경기(조별예선 4경기, 16강, 8강)에서 내준 매치는 단 1개도 없었다.
조별예선부터 16강까지 내준 게임은 단 2개에 불과했고, 일본 남자대표팀과의 8강도 게임 3개만 내주고 매치 점수 3-0으로 이겨냈던 세계최강의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이 2경기를 따내며 벼랑 끝으로 내몰며 희대의 명승부를 치러냈다.
근 20년간 단체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이렇게 몰아붙인 것은 처음일 정도로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은 세계최강을 상대로 홈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 한 명승부를 선사했다.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5개월 뒤 열리는 파리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그야말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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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4회 연속 동메달로 모든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24일 오후 1시 벡스코 제1경기장(초피홀)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 준결승전에서 11연속 우승을 노리는 세계 최강팀 중국에 접전 끝에 2-3 역전패를 당했다.

선수들은 절대 열세라는 평가 속에서도 눈부신 투혼으로 중국과 맞서 최종 매치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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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매치 주자로 출전한 ‘파이터’ 장우진(28)은 뒤를 보지 않고 폭발적으로 몰아치는 모험적인 스윙으로 왕추친을 몰아세웠고, 다섯 살 아들 은우, 두 살 딸 채아의 앙증맞은 영상 응원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맏형 이상수(33?삼성생명)는 3매치 승부처에서 중국의 맏형이자 남자탁구 역사상 ‘GOAT’(Greatest Of All Time)로 꼽히는 마롱과 벌인 풀게임 접전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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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석 관중석이 가득찬 초피홀은 선수들의 이름과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한국 관중들, ‘짜요’와 ‘필승’을 외치는 중국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뜨거웠으며, 경기는 최종 매치까지 가서야 결판이 났다.
4매치에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탁구가 2대 1로 리드할 거라는 예상을 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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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은 중국이었다.
그리고 부동의 세계1위 판젠동은 판젠동이었다.
만일 판젠동이 이기더라도 접전의 여지를 조금이라도 허용했다면 분위기를 따라 기어이 한국이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세계최강자 판젠동은 고비마다 한국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2매치에서 임종훈에게, 4매치에서 장우진에게, 중국이 뒤질 때마다 게임을 허용하지 않고 한국의 에이스들에게 완승을 거뒀다.
판젠동의 ‘냉철한’ 활약 덕분에 안정을 찾은 왕추친은 최종 5매치에 다시 나와서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왼손 에이스 임종훈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중국의 ‘2장’ 왕추친이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써 남자대표팀은 결국 하루 일찍 초피홀을 떠나게 됐다.
홈그라운드에서 세계선수권 초유의 역사를 개척하겠다는 목표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2016년 쿠알라룸푸르, 2018년 할름스타드, 2022년 청두 대회에 이어 4회 연속 4강에 올라 연속 동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한국 남자탁구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획득한 열 번째 동메달이자 (두 개의 은메달을 포함) 열세 번째 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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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대표팀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해 대회를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주세혁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의지력이 강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경기를 해줄 줄은 몰랐다.
기술이나 경기력을 떠나 하나의 팀으로서 강력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것은 결국은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고, 마지막 4, 5매치에서도 기회가 없지 않았는데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욱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한국은 최근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노메달이었다.
메달 획득이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라고 말했다.

첫 매치에서 왕추친을 꺾으면서 분위기를 한순간에 한국으로 끌고 왔던 장우진은 “최근에 중국에 져서 어떤 한 같은 게 있었는데, 우선은 그것을 푼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한동안 우리가 중국한테 너무 쉽게 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래서 많은 팬들이나 국민들이 이제는 안 된다 하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은데 그런 부정적 인식을 깨드린 것도 좋았다.
하지만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패한 것은 물론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세계대회가 처음 열렸는데, 많은 관중이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팬이 없으면 선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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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치에서 마롱과의 대결을 이겨낸 이상수는 “마롱은 많이 해본 상대다.
많이 졌지만 플레이스타일이 저와 잘 맞는 편이다.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대로 됐다.
사실 경기에서 운도 많이 따랐다.
오늘은 팬들도 워낙 많이 와주셨고, 응원도 너무 열심히 해주셨다.
그런 응원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분 놓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림픽은 당연히 가고 싶지만 아직은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늘 같은 경기를 바탕으로 조금 더 좋은 실력을 쌓아서 지금처럼 앞으로 계속 가다 보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도 빨리 잊고 다시 또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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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은 비록 중국전에선 2패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전날 덴마크와의 8강전에서 혼자서 2점을 책임지는 수훈으로 한국의 메달을 견인한 주인공이다.
임종훈은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오늘 경기는 진짜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였고, 형들이 정말 잘해줬는데, 제가 주어진 역할을 못해내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음에 또 이러 기회가 왔을 때 함께 능력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준비가 잘 돼있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형들 말대로 팬이 있어야 선수도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운동하면서 올림픽도 잘 준비하겠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남자단체 4강전

대한민국 2대 3 중국

1매치 : 장우진 3(11-7, 2-11, 13-11, 11-6)1 WANG Chuqin

2매치 : 임종훈 0(8-11, 6-11, 8-11)3 FAN Zhendong

3매치 : 이상수 3(11-7, 4-11, 12-10, 6-11, 11-4)2 MA Long

4매치 : 장우진 0(6-11, 7-11, 10-12)3 FAN Zhendong

5매치 : 임종훈 0(5-11, 7-11, 6-11)3 - 3WANG Chuqin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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