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지나고 ‘꽃’이 피어나길… KIA가 택한 ‘젊은 리더’ 이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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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범호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프로야구 KIA가 비어있던 사령탑 자리를 채웠다.
구단은 13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 해임으로부터 15일 만에 ‘꽃범호’의 새 리더십이 고개를 들었다.
◆신중했던 장고, 화끈했던 결정
내부 승격과 외부 인사 선임의 갈림길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두 선택지를 고민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일반적인 시기, 상황이 아니지 않았나”라며 선택의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시즌 개막이 40일도 남지 않았는데 외부 감독님이 오셔서 선수를 모두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밖에서 보는 것 말고도 몸으로 부딪쳐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 승격에 닿은 이유를 설명했다.
후보군을 세우기만 하고 진척이 없던 이유다.
심 단장은 “프런트 내부 회의를 통해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내부 승격을 결정짓고는 아예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까지도 사실상 ‘다이렉트’로 이어졌다.
심 단장은 “내부에서 저울질하는 과정은 없었다.
바로 이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고 대표이사님께 녹화분을 전달했다.
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최종 결정이 됐다”고 숨 가쁜 과정을 되돌아봤다.
KIA 이범호 감독이 선수단의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형님 리더십
2000년 한화에서 프로에 입문해 2010년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후, 2011년 KIA에 도착한 이 감독은 동료로 9년을 동행했다.
2017년 ‘V11’의 주역이기도 하다.
2019년 현역 은퇴 이후 해외 코치 연수를 받고 KIA에서만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를 맡았다.
중고참 선수들과는 ‘코치’보다 ‘형’이 어울리는 가까운 사이다.
당장의 융화를 위한 최고의 선택지다.
타이거즈 하면 떠오르는 ‘순혈’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무엇보다 1군 프로 감독 경험이 전무하다는 건 큰 걱정거리다.
기존 코치진 중에서도 가장 어린 1981년생의 젊은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매력이 KIA를 잡아당겼다.
심 단장은 “굉장한 압박 면접을 진행했다.
KIA만의 시스템을 적립해가는 과정에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췄음을 이 감독이 보여줬다”며 “‘선수들이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게끔 만들겠다’, ‘아이들이 뛰어놀듯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돕겠다’는 답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웃었다.
도전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심 단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현 상황에서 최적의 답변을 찾은 것뿐이다.
초보감독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알고 있다.
다만 우승 감독이 온다고 해서 현 선수단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합이 잘 맞는 코치의 승격이 오히려 선수들의 능력치를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가운데)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모습.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고진감래
하나씩 수습할 일만 남았다.
일단 승격으로 인한 타격코치 공석을 메워야 한다.
기존 코치진 보직 변경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진갑용 수석 코치의 경우 이 감독과 7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심 단장은 “나이는 최근 야구판에서 중요치 않다.
감독의 스승이 수석코치를 하는 게 드문 풍경도 아니다.
당장 코치진 변화는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다만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이 부분은 여백으로 남기고 신임 감독님께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남은 캠프를 정상적으로 치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심 단장은 “현장과 꾸준히 소통했다.
코치진, 선수단 모두 다행히 좋은 분위기다.
기존 코치님이 감독으로 오른 만큼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부상자 없이 잘 마치고 캠프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힘줘 말했다.
KIA 진갑용 수석코치(왼쪽)와 이범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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