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강 진출] 360억 만치니 '조기 퇴근', 조규성 조현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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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6경기
한국, 120분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 4-2 승
2월 3일 호주와 4강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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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승리를 이끈 골키퍼 조현우(앞)와 황희찬이 31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후 4-2 승리가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알 라이얀=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극적 승리를 위한 안타까움이었나. 120분 동안 마음을 졸이게 한 연장 혈투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8강 진출로 막을 내렸다.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 추가시간 10분 가운데 1분을 남겨둔 시점까지 0-1로 끌려가던 실망과 좌절감은 조규성의 극적 동점골과 '빛현우' 조현우의 선방쇼에 힘입어 씻은 듯 사라지고, 두 배 이상의 기쁨으로 돌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전 6경기에서 연장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4-2로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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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의 동점골을 기뻐하는 한국선수들과 허탈해하는 사우디 선수./알 라이얀=AP.뉴시스

한국은 지금까지 쓰지 않던 스리백 카드를 처음 들고나와 후반 종료 직전까지 0-1로 끌려갔으나 후반 교체 멤버로 나선 조규성이 후반 추가시간 10분 가운데 1분을 남긴 시점에서 설영우의 헤더 어시스트를 받아 방향을 바꾸는 헤더 동점골을 만들어 1-1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과 사우디 선수들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의 120분 연장 혈투를 벌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11m 러시안 룰렛의 영웅은 골키퍼 조현우였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한 뒤 조별리그 2차전부터 골문을 지킨 조현우는 사우디의 3,4번 키커의 슛을 잇따라 막아내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선축에 나선 사우디가 잇따라 골을 넣지 못하는 사이 한국은 손흥민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깨끗하게 승부차기를 성공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도전의 큰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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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동점골로 조별리그에서의 마음고생을 던 조규성./알 라이얀=KFA

연봉 약 360억 원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감독은 한국의 4번 키커 황희찬이 킥을 준비하는 동안 패배를 직감한 듯 승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벤치를 떠나 눈길을 끌었다. 만치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기록한 압둘라 라디프의 선제골을 지키려다 한국의 대공세을 불러들여 결국 8강 진출에 실패하는 고배를 마셨다.

조별리그 부진으로 이날 선발에서도 제외된 조규성은 사우디전이 벌어진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다시 한번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으나 드라마 같은 동점골을 '약속의 땅'에서 터뜨리며 클린스만호와 함께 자신 역시도 나락에서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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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년으로 8강 진출을 이끌어낸 '캡틴' 손흥민의 돌파 장명./알 라이얀=AP.뉴시스

클린스만 감독은 또 의외의 스리백 카드를 빼들면서 고전했다. 조규성과 황희찬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수비 숫자를 더 늘렸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에 도전하는 한국의 클린스만호는 '코리안 가이' 황희찬을 처음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제외했다. 부진한 조규성도 처음 벤치에서 출발했다. 손흥민 이강인이 정우영과 함께 공격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4-4-2전형을 주로 써왔던 클린스만 감독은 스트라이커 조규성을 빼고 수비 숫자를 한 명 더 두는 3-4-3 전형을 들고 나왔다. 한국이 처음 가동한 스리백 전형에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끌고 있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도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전반을 신중하게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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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연봉 360억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령탑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승부차기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패배를 직감한 듯 벤치를 떠나 '조기 퇴근'했다./알 라이얀=AP.뉴시스

하지만 한국 역시 양 윙백 설영우와 김태환을 이용한 사이드 공격 이외에 중앙에서 제대로 된 연계 플레이를 보이지 못해 살얼음판 0-0 승부를 이어갔다. 전반 41분 사우디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는 두 차례나 헤더 슛이 골대를 때리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시작과 함께 사우디 교체멤버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의 공격은 0-1로 뒤지던 후반 11분 정우영 대신 황희찬, 22분 조규성과 박용우를 교체투입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3백을 4백으로 전환한 뒤 중앙과 사이드에서 계속 득점 기회를 만들었으며 슈팅 수에서도 사우디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처음 펼쳐 보인 스리백은 '약'이 아니라 손흥민 이강인을 고립시키고 수비라인의 혼란을 부채질한 '독'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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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호의 사우디와 16강전 스타팅 11. 조규성과 황희찬은 벤치에서 출발한다./KFA

클린스만 감독은 만치니 감독과의 벤치 싸움을 의식한 듯 조별리그에서 활용한 4-4-2전형을 버리고 3-4-3포메이션의 '깜짝카드'를 펼쳐보였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좌우에 정우영과 이강인, 미드필드진에 설영우 황인범 이재성 김태환을 내세웠다. 3백에는 김영권과 김민재 정승현을 세우고 골문은 조현우에게 맡겼다. 하지만 포백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사우디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답답한 경기 운영을 되풀이해 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한국은 이날 볼 점유율에서 58%-42%로 앞섰으며 전체 슛에서 22-14, 유효 슈팅에서도 8-4로 우위를 보였다. 사우디 골키퍼 카사르의 슈퍼세이브가 없었다면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연장115분 황희찬의 컷백에 이은 이강인의 왼발슛은 골문을 가르는 듯했으나 카사르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결승골로 기록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사우디를 꺾은 한국은 오는 2월 3일 오전 0시 30분 8강전에서 호주와 맞대결을 펼쳐 4강 진출을 다툰다. 호주는 지난 28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4-0 대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8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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