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상 포털 의존, 황금기 누렸던 KBO 자립 시험대[SS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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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국제대회 호성적, 신속·편리하게 리그를 즐길 수 있는 포털의 역할이 컸다.
2000년대 중반까지 끝없이 흥행 하향곡선을 그렸던 리그가 약 5년간 우상향했고 여러 가지 환경이 변하는 와중에도 명맥을 유지했다.
2022년부터 흥행 반등을 이루며 여전한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제는 스스로 역량을 발휘해 야구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로 입지를 다지고 싶다면, 깊이 있는 아카이브와 유연한 접근성은 필수다.
새로 맺은 뉴미디어 계약으로 자립 시험대에 오른 KBO리그다.

영광의 시기를 함께해온 파트너와 계약이 종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일 2024시즌부터 2026시즌까지 3년 동안 핸드폰, 컴퓨터, 태블릿으로 통칭하는 뉴미디어 생중계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CJ ENM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계약을 완료하면, 당장 올시즌부터 TV를 제외한 매체로 KBO리그 생중계를 보려면 OTT 서비스 티빙을 통해야 할 전망이다.

야구팬은 15년 이상 친숙했던 환경을 등지고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태블릿을 이용할 때마다 포털 사이트를 거쳐 KBO리그 생중계를 시청하고 하이라이트, 기사, 각종 기록 등을 살펴봤다.

이제 집 밖에서 생중계를 즐기기 위해서는 티빙이 필요하다.
KBO와 CJ ENM 모두 무료 시청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인데 무료 시청 경로가 열려도 티빙 회원가입은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중계 외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아카이브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에 두둑하게 쌓인 영상 자료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포털 사이트 데이터베이스에 쌓여있는 수많은 영상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역사와 기록이 생명인 프로 스포츠인데 한순간에 과거와 단절될 수도 있다.

KBO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수년 전부터 아카이브 작업에 열을 올렸다.
중계 방송사로부터 협조를 받아 통해 1982년 원년부터 영상 자료를 긁어모았다.

KBO 허구연 총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구축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중계방송 영문 국제신호 피드를 제작하는 등의 신사업을 바탕으로 모든 연령대와 해외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K-야구 콘텐츠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BO는 야구회관 2층에 새롭게 스튜디오를 구축 중이다.
보존 관리하는 영상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KBO 홈페이지 혹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KBO리그 역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실체가 없다.
실체를 확인하기까지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뉴미디어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한다고 해도 양이 너무 많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 아니 일찍이 실현해야 할 일이었다.
40년이 넘는 긴 시간 속에서 야구를 즐겨온 수천만 명의 야구팬들이 추억을 공유하고 되새기는 데에 KBO가 중심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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