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대의 너나 잘 치셔요] 1초의 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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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입문하게 되는 동기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운동 목적이나 비즈니스, 취미와 여가생활의 일부분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접하게 된다.
마치 카지노에 처음 가서 10만원 갖고 재미있게 놀고 온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발을 담그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스코어는 줄지 않고, 흥미는 사라지고 몸은 성한 데가 없이 분노와 욕심만 가득 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프로에게 정식으로 레슨도 받아보고, 연습 방법도 달리해보고 온갖 SNS의 레슨 동영상도 섭렵했지만 결과는 원점에서 나아지는 게 없다.
오늘 왜 그러지? 이유가 뭘까? 정답은 없다.
필자 또한 30년 넘게 골프를 쳤지만, 지금도 만족할 만한 샷이나 스코어가 나오질 않는다.
알면서도 오비 나고 헤저드에 빠지고 뒤땅 나고 탑볼을 친다.
아마도 요리를 30년 동안 배웠다면 지금쯤 유명 호텔에 명장 셰프가 돼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 골프에 일가견이 있던 고 김종필 총재는 평생 살면서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2가지가 있는데 자식 문제와 골프라고 했다.
부모로서 자식 키우는 문제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골프와 비교해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골프를 인생과 비교해서 삶은 고통의 연속이니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매 순간을 즐겨라. 고로 골프도 즐겨라”라는 철학적이고도 교과서 같은 명언이 있다.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항상 꽃길만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참고 견디고 이겨냈을 때 얻어지는 결과물로 인해 승화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골프도 필드에 가서 라운딩하다 보면 매 홀마다 장애물이 존재한다.
트러블샷을 대비해 연습장에서 반복적으로 많은 연습을 해보지만, 막상 실전에 적용하려 하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미스샷만 난발하게 된다.
이럴 때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즐기면 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프로들도 깊은 러프나 벙커에 빠지면 당연히 미스샷도 나온다.
피할 수 없거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현실에 처한 그 상황을 즐겨라. 그래야만 평생을 늙어서도 골프를 칠 수 있고 푸른 잔디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즐기는 골프보다, 잘 치면서 즐기는 골프 팁을 말하자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1초의 미학’이다.
대부분 아마추어가 연습장에서는 볼이 잘 맞는데, 필드만 가면 안 맞는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연습장에서는 백스웡부터 피니시까지 1초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스윙한다.
스윙머신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필드에만 나오면 샷 한번 하는데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느낌상으로는 10초 이상을 하는 것처럼 부분적으로 나눠서 한다든지, 스윙 중간에 멈칫하거나, 심지어 피니시를 생략하고 임팩트 후에 채가 그 자리에 멈춰버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트러블샷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골프는 드라이버부터 퍼터를 포함한 모든 채가 1초 안에 스윙이 무조건 끝나야 한다.
백스윙이 어느 방향으로 올라가든, 정확한 임팩트가 되지 않던, 피니시 자세가 나쁘든 간에 1초 안에 빠르게 끝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머릿속에는 어드레스 전까지만 방향과 거리, 바람을 생각하고 어드레스 들어가서 샷 하는 1초 동안은 그 어떤 생각도 해서는 안 된다.
1초만 참으면 된다.
트러블샷은 신중하게 집중해서 샷을 하지 말고, 자신감보다 자만심을 가지고 1초보다 더 빠르게 오버해서 한다는 생각으로 샷을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가성비가 제로에 가까운 스포츠다.
노력한 만큼의 보상도 적고 끝도 한도 없다.
자식들 게임 못하게 하는 방법 없듯, 볼이 내 마음대로 가질 않는다.
그러나 1초의 미학을 가지고 즐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골프는 영원한 동반자이며 오랜 친구로 평생을 남아있을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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