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 체제 붕괴 후 ‘귀하신 몸’ 된 1루수, 가을잔치 화약고 될까[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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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좌우 관계없이 거포. 그것도 중심타선을 채울 수 있는,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 수비 능력은 살짝 떨어져도 순발력 있는 선수. 1루수를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다.

SSG와 NC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지켜보다 문득 ‘그래서 1루수가 누구야?’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섯 개 팀의 ‘대표 1루수’를 떠올려보니 KT 박병호 외에는 각인된 선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10개구단으로 확장해도 삼성 오재일 정도를 제외하면, 믿고 맡길 만한 1루수가 없다.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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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1루수 기근이다.
화끈한 공격력에 수비까지 뒷받침되는 1루수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김기태(쌍방울) 장종훈(한화) 김성한(해태) 등을 비롯해 KBO리그에는 항상 명 1루수 트로이카 체제가 유지됐다.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리그를 지배할 때도 이대호(전 롯데) 김태균(전 한화)이 빠르게 성장해 트로이카 체제를 유지했다.

두산 왕조시절 오재일이 ‘수비되는 1루수’로 입지를 굳혔고 동시대를 ‘홈런왕’ 박병호(현 KT)가 함께했다.
최희섭(KIA) 에릭 테임즈(전 NC) 등도 이대호 김태균 박병호 등과 화력 경쟁을 펼쳤다.
그런데 2013년 이승엽을 시작으로 김태균 이대호가 은퇴한 뒤 눈에 띄는 1루수가 사라졌다.
박병호 오재일 모두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어, 다음 세대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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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까지도 1루수는 ‘포구만 잘하면 된다’는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죄타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1루수도 수준급 수비력을 필요로한다.
강습타구도 많고, 생각보다 움직임이 많은 포지션이다.
내야수들의 송구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악송구를 ‘나이스 캐치’로 바꿀 1루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요즘은 1루수가 갖춰야 할 조건이 더 많아졌다.
좌타자가 많아 강습타구도 많은데다 주자 상황이나 타구 등에 따라 해야하는 역할이 많다.
견제할 때 서는 위치 선정이나 1-2간 타구 때 주자 상황에 따른 스타트 방식, 투수에게 토스할 때 스텝과 송구방향 등 세밀하게 따지면 3루수보다 할 일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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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강백호에게 1루를 맡기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중요한 시점에는 박병호를 찾는다.
그는 “1루가 흔들리면 내야 전체가 흔들리더라”고 돌아봤다.

포스트시즌은 투타 모두 극한의 집중력으로 경기에 나선다.
수비에서 변수 하나가 발생하면 흐름이 바뀐다.
단기전 특성상 한 경기 승패는 시리즈 판세 전체를 바꿔놓는다.
특히 1루쪽에 문제가 생기면 빅이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차가워지는 날씨 속 오른쪽 핫코너가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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