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정몽윤 회장이 그려낼 또 다른 10년은? [박호윤의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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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같은 추진력과 뚝심,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현대해상과 최경주의 10년 동행
진정한 '선수를 위한 대회' 찬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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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최경주가 지난 2007년 10월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해 K-1전차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최경주 별명은 탱크다. 별명은 그 사람의 특징을 대변한다. 그런 면에서 최경주와 탱크는 기가 막힌 일체감이 느껴진다. 구릿빛 피부에 역도로 다져진 튼실한 다리가 주는 안정감, 그리고 끝없이 진격할 것 같은 그의 보폭 큰 걸음걸이는 외형적 느낌이고, 그가 골프를 시작해서 국내와 일본무대를 거쳐 PGA투어에서의 성공,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 까지 순간순간 결정을 내리고 행한 많은 것들을 보면 외려 내면이 더 ‘탱크적’이다.
지난 주말(9월28일) 그가 호스트로 대회를 개최한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끝났다. 이 대회에서 전가람이 우승했다. 공동 2위와 1타차인 합계 14언더파 274타. 마지막 72홀에서 만들어낸 버디가 승부를 갈랐다. 최경주는 언젠가 국내 대회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바 있는 전가람의 스윙을 각별히 칭찬한 바 있고, 그런 격려에 힘을 얻은 전가람은 최경주의 자서전 ‘코리안 탱크 최경주(2012, 비전과리더십)’를 무려 5번이나 읽으며 마음을 다진 끝에 호스트 대회 우승이라는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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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오른쪽)가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전가람을 격려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KPGA |
비록 자신은 후배들에게 컷오프 통과를 양보(?)해 지난해 SK텔레콤오픈에서 KPGA투어 최고령 우승(54세)의 금자탑을 세웠던 것 같은 명승부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후배 프로들을 위해 진정 제대로 된 대회를 열어 줬다. "골프대회는 프로암이 50%"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대회는 프로암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선수들에게 연습라운드 기회를 하루 더 준다. 선수 대신 참가비를 내주고 선수 뿐 아니라 선수 가족들도 식사 지원을 하고, 선수와 캐디들에게는 희망할 경우 숙소도 제공한다. 오로지 대회에 집중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렇듯 ‘다른 대회와는 사뭇 다른’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현대해상이 올해까지 10년을 함께 했다는 팩트를 접하면서 꼭 10년 전, 최경주와 현대해상의 ‘극적인 인연’에 관한 추억이 소환됐다. (필자는 2006년부터 14년간 KPGA에서 투어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직책을 맡아 근무한 바 있다.)
최경주 이름을 딴 대회가 처음 창설된 것은 사실 최경주와 현대해상의 ‘10년 동행’이 시작되기 5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2002년 컴팩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올린 바 있는 최경주는 이후 꾸준한 활약으로 승수를 추가해 2010년까지 7승을 거뒀고 2011년에는 마침내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까지 제패, 아시아권 선수 중에는 독보적인 스타로 우뚝선다. 이 기간 중 일정상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연간 한두차례씩 꾸준히 국내 대회에 참가, 코리안투어 활성화에 힘을 보탰고, 2007년 부터는 ‘최경주 재단’을 설립해 자선 사업과 함께 주니어 육성에도 힘을 쏟는 등 ‘일인다역’을 마다하지 않는 ‘탱크이즘’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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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1타차로 정상에 오른 전가람이 티샷을 날리고 있는 모습./KPGA |
이 즈음 최경주는 꾸준한 국내 대회 참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대회를 창설함으로써 침체된 코리안투어에 활기를 불어 넣기로 결심을 했고 결국 2011년 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그래서 빛을 본 것이 ‘CJ인비테이셔널 hosted by K J Choi’. 선수 이름을 내 건 국내 최초의 이 대회는 2011년부터 3년간 국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이랄 수 있는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아시안투어를 겸해 열렸는데 2011, 2012년에는 스스로 2연패를 하는 위세를 떨쳤고, 2013년에는 강성훈이 정상에 선 바 있다.
하지만 CJ그룹과의 3년 계약이 끝나고 더 이상 연장이 안되면서 이후 몇 년간 난관에 봉착한다. 2014년 대회는 그나마 CJ가 상금(5억원)을 부담하고 순천 레이크힐스CC가 골프장을 무상으로 내줘 ‘K J Choi 인비테이셔널 hosted by C J’이란 타이틀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상황이 더 어려워진 이듬해(2015년)에는 아예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최대의 위기에 빠진 것. 최경주가 당시 국내에서 개최된 프레지던츠컵의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이란 중책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탓도 있지만 결국 국내 대회 침체의 영향으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어려움은 그 다음해인 2016년 까지도 이어졌다. 최경주는 자신과 재단의 명예가 걸려 있는 만큼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총상금 규모를 1억원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난감한 처지에 봉착하고 말았다. 투어의 최소 상금이 3억원이었던 시절, 이 같은 사실이 선수 및 관계자들에게 알려지자 "우리가 2부투어 선수냐, 1억원 짜리 대회를 어떻게 하냐"는 볼멘소리가 있는가 하면 "최 프로님이 그간 해주신 게 얼마냐,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그래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찬반의 목소리가 높았다. 협회도 내심 고민이 컸다. 최경주 프로의 그간의 공로를 모른 척하기 힘든데다 연간 13개에 불과한 투어 중 하나를 또 잃어야 하는 상황이니 아쉬우나마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과 그래도 어떻게 코리안투어를 최소 상금의 1/3 밖에 안되는 액수로 치르느냐 하는 진퇴양난의 입장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최경주는 "이렇듯 현재 코리안투어가 처해 있는 절박한 상황을 알릴 필요도 있다"며 ‘탱크’답게 강행을 결심했고 협회도 이에 동의했다. 개최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가 길어지면서 일부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고 조선일보와 연합뉴스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대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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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인비테이셔널을 10년간 후원해 준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오른쪽)이 특별 제작된 기념액자를 KPGA 김원섭 회장으로 부터 전달 받고 있는 모습./KPGA |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최경주 골프대회의 어려움을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우연히 접한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이 적극 발벗고 나서 지인을 통해 상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처음에는 최소 상금인 3억원으로 결정했다가 하루 만에 5억원으로 증액, 결국 1억원 짜리 대회가 일주일도 채 안 남긴 상태에서 완전히 정상적인 투어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최경주가 평소 아버지 처럼 믿고 따르는 삼정PW㈜ 피홍배 회장의 도움으로 골프장((88CC) 문제를 해결하고 노 마진으로 대회 진행을 맡아 준 대행사(지애드), 여기다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상금 쾌적이 합쳐지면서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드라마틱하게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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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와 현대해상의 첫 만남. 1억원 짜리 대회로 예정됐다가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도움으로 상금이 5억원으로 증액됐던 2016년 대회에서 최경주가 티샷을 날리고 있는 모습./KPGA |
이렇듯 최대의 난관을 특유의 ‘탱크이즘’으로 밀어 붙여 돌파한 최경주는 정몽윤 회장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자신이 PGA투어를 통해 경험하고 배워 온 대회 관련 모든 것을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 녹여 넣으며 10년을 달려 왔다. 2016년 대회를 그렇게 넘긴 뒤 이듬해 상금은 7억5천만원으로 증액됐고 2018~21년 4년간은 10억원, 그리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는 12억5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특급 대회의 면모를 갖추고 진행돼 왔다. 대회 장소도 기량 향상을 위해 어려운 데서 해야 한다는 최경주의 평소 소신에 따라 전장이 길고 난이도가 높은 코스를 찾아 정산CC에서 3년(2017~19년), 그리고 여주 페럼CC에서 6년째 열리고 있다.
최경주는 쳐다 보기 조차 어렵다던 ‘넘사벽’의 PGA투어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져 당당히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데뷔 초창기 말이 잘 안 통하던 시절엔 스스로 움츠러 들기 보단, 오히려 먼저 선수들에게 "하이!"하며 다가가는 적극성으로 이겨냈다. 거칠 것이 없는 탱크다운 뚝심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 남들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밀어 붙인 결과, 정몽윤 회장과 현대해상이란 동반자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우연한 인연이 ‘10년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지속되고 있다.
최경주와 정몽윤 회장이 함께 만들어 낼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그림일까. 그게 ‘제2의 최경주’를 탄생시키는 든든한 밑받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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