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통해 드러난 뚜렷한 과제, 대표팀 세대교체 결국은 ‘투수놀음’[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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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기대가 크지 않았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 전력. 비단 선수 기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반적으로 리그 수준이 하향평준화된 터라 국제대회를 통해 자국 리그 경쟁력을 키우려는 다른 국가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12에 출전 중인 한국 야구대표팀 얘기다.
올해 대표팀은 예년보다 젊은 선수 위주로 편성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선발이다.
축구처럼 연령별 대표팀을 꾸리기 힘든 야구 국제대회 현실을 고려하면, 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젊은 선수가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쪽이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적어도 야수쪽은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투수는 KBO리그 정규시즌과 같거나 조금 떨어졌다.
투수뿐만 아니라 벤치의 경기운영 방식도 그랬다.
정규시즌과 단기전은 다른 전략을 써야만 한다.
특히 상대와 처음 마주하는 상태라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므로, 경기 시작전부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운영해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
‘선발이 4~5회까지만 막아주면…’이라는 안일함으로는 ‘타도 한국’을 외치는 팀을 제압하기 어렵다.
1회여도, 투수의 구위나 상태가 최상이 아니라면 곧바로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은 젊은 투수로 꾸렸다.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지만, 변수가 발생했을 때 돌파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이 또한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대표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다.
올해 프리미어12에서는 무엇보다 대만 대표팀의 기량 향상이 도드라진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고, 각자 확실한 ‘자기 것’이 있다.
‘잠수함 투수에 약한 경향이 있다’거나 ‘변화구에 약점을 가진 타자가 많다’ 등의 막연한 공략법으로는 이미 버거운 상대라는 걸 증명했다.
투수도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공을 던지는 선수가 여럿 보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에서 한국에 패한 뒤 칼을 간 일본만큼이나 고른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인상이다.
일본이나 대만 모두 자국리그 흥행과 별개로 대표팀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수립해 운영했다.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시간과 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투수력 강화다.
올해 프리미어12에 출전한 대만 투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일본 투수들과 비슷한 이미지였다.
일본 정예멤버처럼 핀포인트 제구에 능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원하는 곳에 원하는 구종을 던졌다.
야구계에서 말하는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던질줄 아는 투수가 여럿 보였다는 의미다.
한국 야구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던 때는 투수력이 뒷받침됐을 때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단 경기 흐름을 만들어주는 선발 투수가 많았다.
여기에 변화무쌍한 불펜 운영으로 상대가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게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기본적으로 제구와 구위, 타이밍 싸움에 능한 투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한 코치진의 기민함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리그든 국제대회든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대표팀의 국제경쟁력 또한 투수력으로 갈린다.
프리미어12에서 드러난 한국 대표팀 투수력을 세계 12위 이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한국 야구계가 마주한 뚜렷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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