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두산 종신’을 선언했던 허경민, 4년 최대 40억원에 KT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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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약 4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7월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맞대결에서 두산의 3루수 허경민은 3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3안타 2볼넷 2득점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7-4 승리를 이끌었다.
5출루 경기를 펼치며 수훈선수가 된 허경민은 팬들 앞 단상에 섰다.
그리고 선언했다.
“내년에도 두산에 있을테니 걱정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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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를 막 시작한 당시, 두산 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후반기 들어 부진이 이어지자 일부 두산 팬들은 잠실구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프런트의 수장인 김태룡 단장과 현장의 수장인 이승엽 감독은 물론 허경민(4+3년 85억원)을 비롯해 김재환(4년 총액 115억원), 정수빈(6년 총액 56억원), 양석환(4+2년 최대 78억원) 등 대형 FA 계약을 맺은 베테랑 선수들을 향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의 문구를 트럭 전광판에 띄우기도 했다.

팬들은 허경민을 향해 ‘옵트아웃 권리를 앞두고 스탯 관리를 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경민은 올 시즌을 타율 0.309(417타수 129안타)로 마쳤지만, 당시 3타수 3안타를 통해 타율이 0.343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타격 순위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땐 규정타석만 채우면 타격왕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이를 두고 팬들은 ‘스탯 관리’라고 비난했고, 이에 허경민이 수훈선수 단상 인터뷰에서 “저는 내년에도,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시 마시라”라고 자신있게 얘기한 것이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래 16년째 ‘원클럽맨’으로 활약해온 자신은 앞으로도 ‘두산맨’이 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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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마치고 허경민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4+3년 85억원의 FA 계약 중 앞의 4년에 65억원을 받은 상황. 남은 3년간 받을 연봉은 20억이다.
이를 포기하고 옵트아웃을 선언해 FA 시장에 다시 나가느냐, 아니면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고 3년 더 두산 선수로 뛰느냐였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한 허경민은 올 시즌 타율 0.309에 7홈런 61타점 69득점으로 괜찮은 방망이 능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데뷔 이래 꾸준하게 리그 최고 수준을 유지한 3루 수비능력을 감안하면 더 좋은 계약을 따낼 것이란 선택 하에 다시 한 번 FA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종신 두산’ 선언을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원 소속팀인 두산에 더 좋은 조건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두산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허경민에게 기존의 3년 20억원보다 더 좋은 조건인 3+1년에 30억원 규모의 계약에 은퇴식과 지도자 연수, 영구결번 등의 다양한 조건을 곁들여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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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허경민의 선택은 KT 이적이었다.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40억원. 두산과 비교하면 10억 정도의 차이였다.
프로 선수에게 연봉은 곧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1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돈이 다는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허경민은 자신의 종신 선언을 뒤집고 16년 간 입었던 하얀색 두산 유니폼을 벗고 자신의 재능을 수원으로 옮겼다.

허경민은 리그 통산 1548경기에 나서 타율 0.293(5065타수 1483안타) 60홈런, 636타점, 765득점을 기록했다.
코너 내야수로서 통산 60홈런은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일발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는 아니지만, 컨택트 능력을 앞세운 정교한 타격과 건실한 3루 수비가 장점이다.
팀의 주역은 아니어도 살림꾼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다.

KT도 이런 점을 높이 샀다.
나도현 KT 단장은 “베테랑 내야수로 풍부한 경험을 지닌 허경민은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내야진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이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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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FA였던 유격수 심우준을 한화에 내준 KT로선 허경민 영입을 통해 내야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존 3루수였던 황재균과의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허경민은 “내 가치를 인정해준 KT구단에 감사하다”며 “KBO리그 강팀으로 자리 잡은 KT에서 팀의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뒤 “10년 이상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두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프로 선수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허경민의 ‘두산 종신’ 선언. 그때는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을 반대로 하면 딱 맞는 듯 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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