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승점 자판기가 아니다” 장소연 감독의 페퍼저축은행, 높고 빠르고 끈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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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해에 3승28패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에 나란히 5승31패를 기록했다.
열 세 번을 이기는 동안 무려 아흔번을 패했다.
이만하면 ‘승점 자판기’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V리그에서 압도적인 꼴찌였다.
그랬던 페퍼저축은행이 더 이상은 만나면 1승을 헌납하는 팀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올 시즌부터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출신의 장소연 감독 체제로 시작하는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9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조별리그 A조 현대건설과의 첫 경기에서 만만찮은 전력을 뽐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이 기본기에서 앞선 모습을 보이며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기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페퍼저축은행이 이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등한 승부였다.
장 감독이 페퍼저축은행에 부임한 이후 가장 강조하는 바는 배구 전술, 전략 이전에 선수들에게 젖어있는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것이다.
장 감독은 경기 전 “비시즌 동안 선수들에게 입이 닳도록 강조한 게 프로 선수로서의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분위기가 변했다.
플레이에서도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기본기를 강조하고 있다.
어택 커버와 연결, 리바운드 등 기본적인 플레이를 제대로 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장 감독의 말대로 페퍼선수들은 지고 있어도 끝까지 따라붙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는 1순위로 아포짓 스파이커인 191cm의 바르바라 자비치(크로아티아)를 뽑았고,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는 1순위로 미들 블로커 장위(중국)를 선택했다.
장위의 신장은 197cm로, V리그에서 뛰는 미들 블로커 중 최장신이다.
두 선수 모두 지난 29일 현대건설전을 통해 국내 배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더 빛났던 선수는 장위였다.
197cm의 신장임에도 외발 공격을 자유자재로 활용할만큼 발도 빨랐다.
높이를 앞세워 블로킹 6개를 솎아냈고, 높은 타점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으로도 8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66.7%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현대건설 양효진의 전매특허인 오픈성의 개인 시간차 공격도 장착할 것을 주문했다.
장 감독은 “경기 중간 중간에 리시브가 잘 안돼을 때 오픈 공격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V리그에서만 많이 시도되는 플레이라 익숙한 플레이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장위의 타점과 스피드라면 충분히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비치는 20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31.15%에 그치며 현대건설 모마(34점, 공격 성공률 42.5%)와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타점도 높고 파워 넘치는 공격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아직은 V리그에 적응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장 감독도 “자비치는 본인 스스로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큰 선수다.
승부처에서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장위와 자비치의 합류 덕에 페퍼저축은행의 토종 주포인 박정아도 한결 부담을 덜어낸 모습이었다.
장위와 자비치가 일정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 주면서 박정아 특유의 상대 블로킹을 활용한 공격이 살아났고, 박정아는 팀내 최다인 27점을 몰아쳤다.
전위에서만 주로 공격이 이뤄지긴 했지만, 후위에서도 5차례나 공격을 시도할 정도로 공격 루트의 다변화를 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예림은 공격 성공률은 20%대로 떨어졌지만, 13점을 올리며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장 감독도 “예림이에게 ‘살림꾼 역할을 맡아달라’고 주문했다.
가진 실력 이상의 역할을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장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서 “저희 팀 달라지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확실히 페퍼저축은행은 달라졌다.
다가올 2024~2025 V리그에서 페퍼저축은행은 더 이상 최하위 후보가 아니다.
언니팀들을 위협할 다크호스가 됐다.
통영=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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