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파이어볼러 시대’ 그런데 구단은 150km에 속지 않는다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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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진다.
’
신인 드래프트를 관통하는 문구다.
최근 몇 년이 특히 그렇다.
10년 전에는 한두명이었던 150㎞ 투수 숫자가 이제는 두 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지난 11일에 열린 2025 신인 드래프트도 그랬다.
공식 경기 150㎞이 15명 이상, 비공식 경기 150㎞는 20명이 넘었다.
문제는 지명 후다.
고교 시절 던진 그 공이 막상 프로에 오면 사라진다.
일주일에 한 번 실전을 치르는 것과 매일 실전을 준비하는 환경 차이가 크다.
프로 선수에 적합한 신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기도 한다.
2024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 투수만 봐도 알 수 있다.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 대다수가 고교 시절 150㎞ 이상을 던졌다.
하지만 프로에서도 꾸준히 150㎞을 던지는 투수는 두산 김택연뿐이다.
물론 프로의 벽은 높다.
구단도 최소 3년, 길게는 5년을 두고 육성 계획을 짠다.
그래도 지명 후 구속 저하를 겪으면 2군에는 비상 벨이 울린다.
이제는 구속에 마냥 집착하지 않는다.
구속보다 투구 메커니즘과 트래킹 데이터를 통한 분당회전수(RPM), 무브먼트에 집중한다.
선수의 히스토리에 돌아보면서 지명 후 청사진을 미리 그려본다.
롯데가 전체 4순위로 지명한 광주일고 좌투수 김태현이 그렇다.
150㎞ 투수는 아니지만 완성도와 안전성을 봤다.
고교 무대 최고 구속은 147㎞지만, 김태현의 안정된 메커니즘. 그리고 특출난 RPM과 수직 무브먼트에 주목했다.
토종 왼손이 부족한 롯데 선발진에 김태현이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김태현을 두고 “타고난 회전수와 무브먼트가 있다.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커맨드도 준수하다.
빠른 공 외에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세 가지 구종을 이미 구사하기 때문에 선발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투구폼에서 드러나듯 유연성도 좋아서 계속 발전할 선수로 봤다”고 설명했다.
최고 구속이 아닌 평균 구속의 비중도 커졌다.
이른바 ‘150㎞ 찍먹’보다는 평균 구속 145㎞의 가치를 높게 둔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는 “최고 구속 150㎞는 많다.
결국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 팀의 경우 트래킹데이터와 평균 구속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평균 150㎞ 투수는 정우주와 김영우뿐이다.
파이어볼러로 부를 수 있는 투수도 둘뿐”이라고 밝혔다.
최고 구속을 평가 항목 가장 아래에 둔 구단도 있다.
수도권 B구단은 구속 향상보다 제구를 잡는 게 어렵다고 본다.
B구단 관계자는 “강속구 투수 100명 중 프로 입단 후 몰라보게 제구가 향상되는 투수는 10명도 안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투구시 팔의 회전, 공을 때리는 지점이 얼마나 일정한지 체크한다.
150㎞을 던져도 메커니즘이 일정하지 않으면 지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5 신인 드래프트 빅보드가 완성됐다.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총 110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스카우트 관점에 따라 150㎞을 던져도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투수가 꽤 많다.
동원대 좌투수 고영웅은 150㎞를 던졌음에도 10라운드 전체 100순위로 LG에 지명됐다.
내실을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구단과 선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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