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귀화 1호’ 원유민, IPC 선수위원 선거 운동 시작…“캐나다 남았다면 도전조차 못 했죠” [파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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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장애인 귀화 1호 패럴림피언 원유민(36·BDH파라스)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원유민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선수촌에서 첫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선수촌에서 만난 원유민은 “캐나다와 한국 국적으로 하계 패럴림픽과 동계 패럴림픽을 모두 경험했다”며 “선수위원이 된다면 선수 생활에서 느꼈던 것들을 현실로 이뤄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IPC 선수위원은 2008 베이징 대회 때 신설된 자리로 IPC 위원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선수를 대표해 세계 장애인 체육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소리를 낸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추천을 받은 원유민은 홍석만(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선수위원장)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4년 임기의 IPC 선수위원 당선을 노린다.
원유민은 “그동안 동료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선수들에게 내 경험을 전달하면서 열심히 뛰겠다고 투표를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 1월 한국에서 태어난 원유민은 4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고 12살 때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원유민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는 부모님의 결심 때문이었다.
원유민은 “부모님이 날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셨다”며 “캐나다에 간 뒤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셨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이방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원유민은 운동을 통해 자아를 발견했고,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휠체어 농구를 시작한 뒤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운동은 날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장애인 선수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운동과 학업에 열중해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심리학과에 진학했고, 캐나다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로도 뽑혀 2016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남부러운 것 없는 인생이었다.
그러나 원유민은 2017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모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에서 쓰던 이름인 ‘원유민’을 캐나다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한국말을 잊지 않는 등 한국에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던 원유민은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 노르딕스키 선수로 전향해 훈련에 전념했다.
원유민은 결과적으로 평창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패럴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거나 이전 국적 국가패럴림픽위원회의 허락이 필요하다.
캐나다 패럴림픽위원회가 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유민은 “비록 꿈에 그리던 평창 패럴림픽은 출전하지 못했지만, 한국 귀화 판단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내게 더 많은 기회와 꿈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유민은 노르딕스키 선수로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한국 선수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꿈을 이뤘다.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가 패럴림픽에 출전한 건 처음이었다.
이제 파리에서 IP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원유민은 “만약 캐나다에 남았다면 IPC 선수위원에 도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꼭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유민이 선수위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25명의 후보 중 6명 안에 들어야 한다.
“리우 올림픽 때 유승민 전 선수위원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알고 있다”며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선수촌을 쉼 없이 돌아다니면서 투표를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IPC 선수위원 후보는 9월5일까지 선거 유세 활동을 할 수 있고, 홍보활동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시간과 장소도 정해져 있다.
한국에서 홍보용 명함 2천장을 준비해온 원유민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선수촌으로 들어가 선수들의 두 손을 맞잡았다.
투표 결과는 9월8일 폐회식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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