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반환점 없는 마라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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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88년 전인 1936년 8월9일 손기정(1912∼2002)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함께 출전한 동갑내기 남승룡(1912∼2001) 선수는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의 쾌거였으나 둘은 웃을 수조차 없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태극기 아닌 일본 국기를 달고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영문 홈페이지의 역대 마라톤 메달리스트 명단은 손기정을 ‘기테이 손’(Kitei Son)이라고 표기한다.
기테이는 한자 ‘기정’(基禎)의 일본식 발음이다.
남승룡 역시 ‘쇼류 난’(Shoryu Nan)으로 기재돼 있으니 오늘날 후손들 입장에선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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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모습.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가운데)와 동메달 수상자인 남승룡 선수(왼쪽)의 표정이 어둡다.
오른쪽은 은메달리스트 에른스트 하퍼 선수(영국). SNS 캡처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 얼굴이 대체로 밝은 것과 달리 수상식 때 촬영된 손기정과 남승룡의 사진을 보면 둘 다 어두운 표정이 뚜렷하다.
이를 지켜본 한국인 기자들의 심정도 참담했을 것이다.
당시 한국어로 발간되던 신문인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월계관을 쓴 손기정의 모습을 지면에 실으면서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일본 국기를 지웠다.
일제강점기 언론인들에 의한 대표적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일장기 말소 사건’이다.
이 일로 동아일보는 기자들이 대거 구속되고 무기한 정간 처분이 내려지는 등 시련 끝에 9개월 뒤 겨우 복간할 수 있었다.
조선중앙일보는 일제의 탄압을 견디지 못 하고 1937년 폐간했다.

광복 후 대한체육회는 IOC에 “손기정의 국적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IOC는 “올림픽 개최 당시 역사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파리 올림픽 사격에서 반효진 선수가 딴 금메달이 대한민국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로 기록됐다.
이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레슬링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로부터 기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아쉬운 것은 1936년 일제강점기에 딴 손기정의 금메달은 일본 것이라는 점”이라며 “만약 그 금메달이 한국에 돌아왔다면 이번 100번째 금메달은 101번째 금메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손기정의 금메달을 대한민국 국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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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있는 손기정 기념관에 세워진 손기정 선수의 동상. 손에 들고 있는 것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주어진 고대 그리스의 청동 투구다.
SNS 캡처
손기정은 1986년 8월9일 올림픽 금메달 획득 50주년을 맞아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인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승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시상식이 거행되는 동안 일본 국가가 연주되면서 일장기가 게양되자 다시 한 번 나라 없는 설움으로 가슴이 메어질 듯했다”고 술회했다.
“가슴 오른쪽 아래 일장기를 뜯어내고 ‘나는 조선 사람’이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때 74세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손기정은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인생은 반환점 없는 마라톤”이라며 “되돌이킬 수 없는 인생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포츠 분야 종사자는 물론 모두가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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