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분노 이해… 이제 대한민국 축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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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

울산 HD와 광주FC 경기가 열린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 모인 9444 관중의 야유가 흘러나왔다.
지난달 30일 “내 입장은 항상 같기 때문에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던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5일만에 입장을 바꿔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팬들이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울산 응원석엔 ‘의리가 없다’, ‘피노키홍’, ‘내가 본 최악의 감독’이라는 현수막이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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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광주FC의 경기에서 울산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새 전력강화위원회가 6개월 논의 끝에 홍 감독에게 대표팀 키를 맡기면서 축구계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 과정에서 파리올림픽 대표팀은 대회 출전권을 놓쳤고, 책임지겠다던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감독 선임 발표를 앞두고 조직을 떠났다.
팬들은 K리그 감독을 데려갔다는 불만으로 가득했고, 축구계에서는 대표팀 선임 과정과 행정적인 문제를 폭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협회 발표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홍 감독이 입을 열었다.
“팬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던 홍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선두였던 울산은 이 경기 후 3위까지 밀려났다.


홍 감독은 가장 먼저 짧은 시간에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이었고, 그 이후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며 “2월부터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난도질 당하는 것 같아 정말 괴로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 앞에서 두 시간 기다린 이임생 축구협회 이사를 만나 축구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고민했다”며 “불확실성이 두려웠지만 축구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는 승리욕이 생겼다.
이제 홍명보에게 남은 건 대한민국 축구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최상의 조추첨 결과를 받고도 1무2패로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당시 대표팀 귀국 현장에서는 엿이 쏟아졌고 홍 감독은 탈락 후 브라질 음주 회식과 대회 전 부동산 매입 문제까지 논란이 되면서 사퇴했다.
취임 382일 동안 5승4무10패 성적을 거둔 뒤였다.
홍 감독은 “10년 전엔 경험도 부족했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단계였지만 지금은 K리그 경험도 많이 했다”며 “팀 스포츠에서 좋은 선수들이 가진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 위에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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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축구 국가대표 규정 제12조 2항에 따르면 각 구단에 소속된 감독이나 코치, 트레이너가 선임됐을 경우 구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에는 구단과의 계약이나 건강 등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런 이유로 거절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대표팀 감독 요청이 있으면 사실상 사령탑을 강제로 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홍 감독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은 것”이라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 출신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내부에서 본 홍 감독 선임 과정 문제를 폭로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박 위원 언행이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 필요한(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박 위원이 비밀유지 서약도 위반한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홍 감독 역시 “박 위원이 열심히 했지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불편하겟지만 각자 의견이 존중 받아야 하고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가 진화에 나섰지만 화를 키운 꼴이 됐다.
이영표 강원FC 전 대표 역시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실수를 했고,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 되는 것”이라며 “축구협회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천수 역시 “실망 포인트는 축구협회가 잘 하고 있는 리그 감독과 접촉한 것”이라며 “능력 없는 사람들이 물러서지 않고 자리만 차지한 결과 축구협회는 시스템 없는 곳이 됐다”고 비판했다.
울산=정필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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