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이용하지 말라”… 축구지도자협회, 정몽규 직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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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이용하지 말라.”

한국축구지도자협회(지도자협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달 28일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더는 축구인들을 들러리로 활용하지 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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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공동취재사진
지도자협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정 위원장의 사의 전달은 사실상 경질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 회장이 원하는 감독을 내정해 두었으나 전력강화위가 정 회장의 의중과 다른 감독을 추천하자 결국 정 회장이 정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력강화위 자체를 불신하고 부담스러워했다”고 주장했다.

지도자협회는 이어 “정 위원장의 선임부터 사실상 경질까지 과정은 정 회장의 협회운영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땜질식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는 끝없는 몰락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 초 펼쳐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요르단에 완패해 준결승 탈락한 데 이어 4월에는 황선홍 (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 실패였다.
이에 축구팬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해 지난 3월과 6월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각각 황선홍과 김도훈에게 임시 감독을 맡기는 등 감독 공백 사태도 길어지고 있다.

지도자협회는 “정 위원장은 한국 축구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현장 축구인으로 구성된 전력강화위원들과 고비마다 전면에 나서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기자회견 등 부담스러운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또 올림픽 본선 출전이 좌절되자 당시 정 위원장과 황선홍 감독이 모든 비판의 화살을 오롯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력강화위는 후보군 감독들이 협회의 낮은 연봉을 잇달아 거절하자 예산에 적합한 외국인 감독과 국내 감독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기했다.
그런데 외국인 감독 중 협상 후보군에 들었다가 이미 다른 나라 대표팀이나 클럽팀을 선택한 감독은 우리가 제시한 연봉으로는 수락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것은 이미 협회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실질적이고 공식적 최종 결정권자라는 삼척동자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 회장의 이 같은 위선적 행태를 지적하고 더 이상 축구인을 들러리 세우거나 본인의 치적과 4선 연임을 위해 축구인을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폐기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도자협회는 지난 2월 창립총회를 하고 4월9일 출범한 신생 단체다.

◆다음은 축구지도자협회 성명.

1. 정몽규 회장은 유명 축구지도자 및 축구인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라.

-정몽규 회장은 지난 4개월간의 감독선임 경과와 2013년 취임 후 국면이 불리하면 축구인 출신을 온갖 비난 여론에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고, 국면이 조금 유리해지면 험지에서 일하던 축구인 위원장 및 위원들의 노고를 내팽개치는 행태를 보였다.
이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2.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사유화하거나 농단하지 말라

- '전력강화위원회', '외국인 감독' 등이 주요 키워드로 대두되는 것은 그간 대한축구협회 행정의 고질적 악습이었던 학연, 지연, 인맥 등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요인을 근절하고 시스템에 의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주된 취지였다.
그러나 정작 회장 본인은 감독이 외국인이면 실력과 인성 그리고 평판과 상관없이 인맥과 친분을 활용하여 선임하여도 된다는 기이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 내정 때를 돌아보면 협회 전략강화위원회는 유명무실했고 회장과의 친분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것은 클린스만 감독 본인이 스스로 진술한 바 있다.

-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대표팀 선임과정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즉,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매우 공정한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포장하였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또한 정몽규 회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 협회 내 시스템이 얼마나 자주,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즉, 2013년 정몽규 회장이 처음 취임한 때에는 그 업무가 기술위원회 소관이었다.
이어 그는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김판곤)를 만들었고, 다시 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마이클 뮐러 → 정해성)를 만들고 이어 이제는 그 임무를 다시 기술위원회(위원장 및 총괄이사- 이임생)로 넘겨버렸다.
같은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협회 내에서 이렇게 자주 바꾸는 것은 모두 정회장이 재임한 그의 임기 중에 이루어지고 잇다.

역대 어떤 회장이 동일 성격의 업무를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따라 이렇게 자주 바꾼 적이 있었던가?

3. 정몽규 회장은 축구인들의 명예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

- 클리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및 일시적 임시감독 체제로 운영 등 전임 전력강화위원회가 비록 몇 가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위원장 및 분과 위원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찾으려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난 20일 대한축구협회 이임생 이사는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회'를 열었다.
협회는 2022년 중반 협회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공론화됐다고 하면서 결코 이번에 선임될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기술 철학을 왜 전임 클린스만 감독과는 공유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이 시점에 발표하고 그 해당 분과 위원장이 때맞추어 전력강화위원장을 밀어내고 그 임무를 대신하는지 상식적인 한국 국민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회장 본인의 입맛에 맞는 감독이 올라오지 않자 이 업무를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거의 해체 수준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두 달이나 늦게 임명된 이임생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총괄이사로 임명하고 그 업무를 다른 위원회에 모두 넘겨 버렸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그간 불리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온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느꼈을 심한 모멸감과 자괴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런 식으로 축구인들을 쓰고, 버리고, 나아가 모욕하는 일을 더 이상 삼가기를 촉구한다.

4. 끝으로 축구인들을 들러리 세우거나 본인의 4선 연임을 위한 도구로 축구인들을 활용하지 말라.

- 한국축구지도자협회와 축구인들은 전력강화위원회에 권한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압축하면 정작 위원장은 협상장에 참석도 못 한 채 협상하는 협회 직원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무릇 협상을 하려면 권한과 책임을 주고 뒷받침하여야 한다.
낮은 연봉을 제시하고 높은 수준의 감독을 데려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몽규 회장은 더 이상 험한 일에만 축구인들을 들러리 세우고 성과와 치적을 내세울 때만 나서는 리더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 따라서 우리 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향후 축구협회를 이끌어갈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 우리 축구인들과 더불어 심한 우려와 회의를 느끼고 있다.

장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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