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감동 그대로 파리에… ‘세계 최강’ 안세영 “낭만 엔딩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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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대표팀의 안세영이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배드민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 끼워 넣겠습니다.
”
3년 전 도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태극마크를 짊어지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청운의 꿈을 안고 셔틀콕과 라켓을 쥔 그의 앞에는 뼈아픈 좌절이 기다렸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에서 불의의 발목 부상을 견디는 투혼으로 ‘최강자’ 천위페이(중국)에 맞섰지만, 세트스코어 0-2 완패를 맛봤다.
이제는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이자 한국 여자 배드민턴 간판으로 우뚝 선 안세영의 생애 첫 올림픽 스토리다.
패기 속에 긴장감을 숨기고 임했던 도쿄는 그렇게 짙은 아쉬움만 남았다.
다시 ‘꿈의 무대’가 오기까지 주어진 3년, 묵묵히 칼을 갈았다.
굳게 다짐한 설욕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천부적 재능에 경험과 여유를 더한 만큼 자신감은 충분하다.
지난해 ‘전설’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전영오픈 우승, 세계랭킹 1위 도약을 일궜다.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최초 첫 단식 우승을 빚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는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2관왕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셔틀콕 여제’의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안세영이 지난해 전영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달성한 후,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안세영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결승전 금메달을 따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파리 올림픽에서 정점을 찍고자 한다.
누누이 공언했던 그랜드슬램(올림픽·AG·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우승) 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일 터.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항저우 AG 결승에서 당한 무릎 부상 여파 그리고 슬럼프로 인해 생긴 억측과 의심을 씻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안세영은 “몸 상태가 80%까지 올라왔다.
나머지 20%도 차근차근 올릴 생각”이라며 “항상 파리에 초점을 맞춰 끌어올려왔다.
최악의 상황에서 많은 경기를 뛰어봤지만, 파리에서는 더 좋은 상태로 뛸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운 날씨 속에서 힘들게 준비한 만큼, 낭만 있게 파리 올림픽을 끝마치겠다”는 당찬 출사표까지 더했다.
‘낭만’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자 “트레이너 선생님이 항상 설레게 운동을 시작해서 낭만 있게 끝마치면, 그 하루도 잘 산 거라고 말씀해주신다.
비록 부상으로 시작한 해지만, 파리 올림픽을 낭만 있게 끝낸다면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안세영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성치 않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1월 말레이시아 오픈, 3월 프랑스 오픈, 이달 초 싱가포르 오픈까지 제패해 시즌 3승을 신고한 안세영이기에 희망은 충분하다.
직전 인도네시아 오픈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궜다.
파리에서 반드시 꺾어야 할 ‘숙적’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연달아 만나 1승1패로 리허설을 마친 점도 반갑다.
“부상 이후 결승에서 맞붙은 적이 없었다.
천위페이도 붙고 싶다고 하더라”고 웃은 그는 “내 스피드를 확인하고 자신감도 채웠다.
생각도 단순해졌고, 보완점도 명확해졌다.
다 이기진 못했지만 많은 걸 얻었던 기회”라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라이벌로 천위페이가 많이 거론되지만, 사실 예선부터 마주칠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
그만큼 매 순간이 중요하다”며 “올림픽 금메달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이다.
이 조각을 완벽하게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이번 올림픽에 모든 걸 다 바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의 안세영(가운데)이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배드민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진천=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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