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못 살릴 줄 알았는데…선수형은 진짜 선배” 영건들에 영감 준 2세트 바로 그 장면[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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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정다워기자] 대한항공을 지탱하는 힘은 베테랑 세터 한선수에게서 나온다.

대한항공은 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2 25-19) 완승을 거뒀다.

깜짝 라인업으로 승리한 경기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링컨 대신 임동혁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내세웠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정지석,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곽승석을 대신해서는 정한용, 이준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임동혁이 20득점, 이준이 16득점, 정한용이 13득점으로 하나 같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토미 감독은 “매우 만족하는 경기다.
젊은 선수들이 들어가 에너지를 뿜어냈다”라며 미소 지었다.

영건들의 활약 뒤엔 베테랑 한선수의 활약이 있었다.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세터로 꼽히는 한선수는 세트를 63회 시도해 40회를 성공시키며 공격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2세트 막판에 나왔다.
24-22로 앞선 시점에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타이스가 시도한 강력한 공격을 정한용이 막아냈다.
공은 광고판 가까이 튀었고, 한선수가 달려가 몸을 날려 ‘팬케이크’를 시도해 공을 살려냈다.
이후 조재영이 상대 코트로 공을 넘겼다.
타이스가 재차 스파이크를 때렸지만, 이번엔 임동혁이 블로킹으로 돌려세우며 세트스코어 2-0을 만들었다.
한국전력의 추격 의지를 꺾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토미 감독도 이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2세트 세트 포인트 때 한선수가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줬다.
늘 모범을 보인다.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운다.
가장 강조하는 게 투지다.
힘든 상황에서 투지를 보여줘 사기를 유지하며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힘이다.
퍼포먼스가 아주 강했다”라며 한선수가 만든 명장면이 대한항공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이준은 “솔직히 그건 못 살릴 줄 알았는데 선수형이 몸을 던져서 그걸 살렸다.
우리가 포인트까지 얻었다.
열정이 가득하고 이기려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더 뛰어다니고 분위기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신나게 했다”라고 말했다.

임동혁은 “선수형은 많은 나이에도 아시안게임도 다녀왔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온 것이다.
같이 나가면서도 뭉클했다.
이게 진짜 선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연습 때나 경기 때나 후배들을 이끌어간다.
우리도 젊은데 힘들다.
선수형은 더 많이 힘들 텐데 그런 내색 없이 한 명 한 명 챙겨가며 이끌어준다.
나도 후배가 많이 생기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며 한선수 같은 선배가 되겠다고 했다.

한선수는 1985년생으로 다음달이면 만 38세가 된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만 한선수가 여전히 대한항공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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