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향하는 韓 태권도에 내려진 특명… “도쿄 ‘노 골드’ 실패, 씻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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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는 박태준, 서건우, 김유진, 이다빈(왼쪽에서)이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구촌 최대 축제가 될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진천선수촌의 공기도 사뭇 비장해졌다.
종주국의 자존심을 걸고 파리행을 준비하는 태권도장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꾸준히 지적됐던 국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금빛 발차기’를 수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노 골드’ 꼬리표

한국은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 대회부터 당연한 것처럼 금메달을 쓸어담아 왔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까지 5개 대회에서 금메달 12개(은3·동7)를 쌓았다.
태권도 종목 최다 금메달 국가 1위를 유지 중이다.

국내 종목별 메달 순위에서도 양궁(금27·은9·동7)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챙겼다.
2008 베이징에서는 출전한 4명 전원 금메달이라는 진기록까지 남겼다.
효자 종목, 메달 텃밭이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이 항상 따라다닌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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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단이 25일 진천선수촌에서 공개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 도쿄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종전 남녀 각 2체급(최대 4명)에만 선수를 보낼 수 있던 태권도는 2016 리우부터 제한이 풀려, 남녀 각 4체급에 모두 1명씩, 최대 8명을 파견할 수 있게 됐다.
도쿄에 역대 최다 6명이 출전해 기대치가 올라간 배경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간판스타’ 이대훈의 조기 탈락을 비롯해 사상 첫 ‘노 골드’ 수모를 겪었다.

더 이상 ‘태권도 강국’이 아니라는 쓴소리가 줄을 이었다.
실제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인해 국제대회 파견이 줄면서 세계 무대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여기에 국내 지도자들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면서 다른 나라의 경기력도 상승했다.
예고된 내리막길이었던 셈이다.

◆차가운 현실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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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이창건 감독(아랫줄 가장 왼쪽)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리 올림픽도 안타까운 신호와 시작한다.
출전 쿼터 제한이 풀린 이래 최소 규모인 4명만 본 무대로 향한다.
남자 58㎏급 박태준, 80㎏급 서건우, 여자 57㎏급 김유진, 67㎏ 이상급 이다빈이 그 주인공이다.
메달은 차치하고 출전권 확보부터 녹록지 않은 현실을 드러내는 증거였다.

대표팀 이창건 감독은 “도쿄보다 우리 선수 구성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타 국가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고, 규칙도 들쑥날쑥하는 어려움까지 있다.
누가 금메달을 따거나 조기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양보다 질’을 되새긴다.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메달 확률이 높은 박태준은 도쿄 동메달리스트 장준과의 대표 선발전을 뚫은 신흥 강자로 지난해 바쿠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경험했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서 체급 최초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기세를 이어 한국의 첫 80㎏급 올림픽 출전 기록까지 세웠다.

아시아 지역 예선을 뚫고 올림픽에 향하는 김유진도 지난달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로 차곡차곡 성장 중이다.
대표팀 최고참이자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인 이다빈은 슬럼프를 딛고 도쿄 은메달을 뛰어넘을 금빛 승리를 조준한다.


◆약속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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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의 박태준이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건 감독은 “최소 금메달 1개 이상 목표로 잡았다.
도쿄에서 실패를 경험했기에 이번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현실적인 목표치를 공개했다.
이어 “선수 체급과 몸 상태를 고려한 맞춤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스페인,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유럽 전지훈련도 진행하며 선수들이 자신감도 많이 회복했다.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태준도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인 만큼 겁 없이, 준비한 것들을 다 펼쳐서 파리 포디움(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릴 수 있게 하겠다”며 “종목 1일 차에 먼저 출전하게 됐다.
스타트를 잘 끊어서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맏언니 이다빈은 “이번 대회는 도쿄 때와 달리 유럽 전지훈련 등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대회는 은메달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서 돌아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대표팀은 8월 7일부터 본격적인 대회 일정을 시작한다.
박태준이 먼저 출격하고 10일까지 김유진-서건우-이다빈이 차례대로 메달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진천=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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