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를 바꾸던데요?”…투수 레전드가 본 키움 김인범 투구 [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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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 기자] “자세를 바꾸던데요? 왜 쟤(김인범) 공을 못 치는 지 알겠더라고요.”

통산 152승을 기록한 ‘투수 레전드’ KT 이강철 감독이 상대팀 투수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구속도 느린데, KT 타자들이 하나같이 땅볼을 쳤기 때문이다.
투수 레전드답게 현미경 분석에 들어갔고, 몇 가지를 파악해냈다.
이 감독은 키움 투수 김인범(24)을 인상깊게 지켜봤다.

지난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T와 원정경기 선발 등판한 김인범은 5.2이닝 4실점(3자책)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12경기 나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며 ‘신인왕’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다.

김인범의 속구 평균 시속은 136.6㎞다.
시속 150㎞가 즐비한 프로 무대에서 140㎞가 채 안 되는 공으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핵심은 ‘제구’와 ‘수싸움’이다.
키움 이승호 투수코치는 “김인범이 제구가 좋은데, 수싸움까지 능하다”고 평했다.

이 감독은 다른 점에 집중했다.
바로 ‘투구 자세’다.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경기에 앞서 이 감독은 “디셉션(공을 숨기는 자세)이 좋은데 팔 스윙이 빨라, 타자 입장에선 공이 굉장히 빠르게 날라오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구속이 느리니 한 템포 쉬고 공이 들어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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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범의 팔 스윙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타석에 선 타자는 순간적으로 그 타이밍에 맞춰 칠 준비를 하는데 공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그래서 우리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못 맞춰 죄다 땅볼로 물러나더라”고 했다.

이 감독이 주의깊게 본 또 한 가지는 바로 투구 자세가 매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공을 던질 때마다 팔 위치를 다르게 해서 던지더라”고 했다.
그 때문에 “더 대응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김인범은 “팔 위치를 의도적으로 바꿔서 던진다.
감각적으로 ‘지금은 이렇게 던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팔 각도를 바꾸면서 타자를 상대한다”고 설명했다.

고개도 흔들며 던진다고 했다.
이 감독은 “팔 스윙과 함께 고개도 확 흔들며 던지니 타자가 더 타이밍 잡기 어렵다.
고개가 흔들리는데 제구가 좋은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인범은 웃으며 “고개가 흔들리는 건 어릴 때부터 그렇게 던져와서 지금은 내 투구 자세의 하나가 됐다.
습관일 뿐”이라고 했다.

김인범이 그렇다고 공의 무브먼트나 회전수(RPM)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결국 투구 자세 변화나 제구력 모두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산물이다.
파헤칠수록 재미난 점이 많은 영리한 투수 김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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