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ABS] 과감했던 만큼 시끄러운 ABS 도입… 진통의 끝에 필요한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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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운영요원이 투구 궤적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시즌 프로야구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을 앞두고 야구의 근간을 바꿀 여러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 대격변의 중심에는 ‘로봇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서있다.
그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세이프-아웃 판정, 홈런 및 파울 여부 등을 확인해온 것을 넘어 야구의 매 순간을 이루는 스트라이크-볼 판정까지 기계에게 맡기는 파격적인 시도다.

◆언제나 어려운 ‘처음’

프로야구 1군 리그에 ABS를 도입한 것은 세계 최초다.
시행하는 주체, 받아들이는 객체 모두에게 ‘처음’이라는 점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KBO가 캠프부터 구단 및 선수들에게 시스템 설명회를 열었고, 미디어 대상 설명회를 이어가는 등 부단히 공을 들인 까닭이다.

ABS를 향한 전반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오석환 KBO 심판위원장은 “심판진들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일관성 면에서는 분명 도움이 된다.
솔직히 심판들도 사람이다 보니 과거에는 판정 논란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걸 완화했다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이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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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지난 스프링캠프 기간 바뀐 KBO 규정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팬들도 마찬가지다.
공 하나하나에 의문이 들 순 있지만, 양 팀 모두 똑같이 적용된다는 전제가 100% 지켜지는 게 눈에 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사라지면서 여러모로 관람 환경이 쾌적해졌다.
KBO 관계자는 “처음부터 팬 만족도 제고가 ABS 도입의 핵심 목표였다.
그 점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특히 존을 체감하는 선수들의 볼멘소리는 피할 수 없었다.
99.9%에 달하는 투구 추적률과 일관성을 자랑하는 로봇 심판 자체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ABS 도입을 반대하는 선수는 현 시점에 없다고 봐도 된다”고 못을 박는다.
문제는 애초에 설정된 존 자체에 대한 의문, 소위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불리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KT의 황재균이 이에 대한 항의를 하다가 퇴장 당하기도 했다.

◆되새겨야 할 ‘상생’

단 1구에 성적이 갈리고 대우가 달라지는 곳이 프로 세계임을 떠올려보면, 선수들의 불만 제기는 일정 부분 납득이 간다.
그간 치지 않던 공을 쳐야 하고 던지지 않던 곳으로 공을 넣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트라이크존은 인간 심판들이 판정을 내릴 당시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그리다가 ABS 도입과 함께 직사각형 형태로 변형됐다.
그간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었던 모서리를 찌르는 공, 움직임이 큰 변화구 등에 대한 판정 결과가 기계에 의해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선수들이 볼로 생각하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식된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선수들과 ABS의 간극에 대해 “최근 야구 트렌드가 어퍼 스윙으로 넘어가지 않았나. 그것도 선수들이 존을 다르게 느끼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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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발표한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사진=KBO 제공

다만 일부 선수의 스윙 형태, 타격 자세에 의해 ‘칠 수 없는 공’이라고 해서 그게 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서리 공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 것도 이제서야 기계에 의해 정확한 판정이 이뤄진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오 심판위원장은 이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했다.

여러 요소들이 얽히는 복잡한 문제다.
다만, 적극적인 의견 교환과 소통을 통해 해결해 가야 하는 이유다.
KBO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는 힘든 건 맞다.
하지만 비시즌부터 구단 실행위원회, 운영팀 회의 등 ABS 안정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무엇보다 제1목표로 했던 팬들의 만족도가 오르고 있는 만큼, 더 긴밀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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