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아니다” 협회가 떵떵거린지 하루 만에 캐나다로 떠난 1순위 후보…한숨 나오는 협상력, A대표 사령탑 장기 공백 우려[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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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협상 과정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협회는 대표팀 사령탑 후보 1순위로 ‘올인’한 제시 마쉬 감독을 놓쳤다.
마쉬 감독은 한국이 아닌 캐나다와 계약했다.
12일 마쉬 감독과의 협상 결렬 소식이 알려지자 협회는 “협상이 종결된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자신 있게 언론에 떠들었지만, 불과 하루 만에 캐나다에서 마쉬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협회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낯 뜨거운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우려했던 결말이다.
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쉬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정해 협상을 시작했다.
문제는 정 위원장이 지난 4월18일 영국 런던에서 마쉬 감독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표팀 사령탑을 향한 의지, 게임 모델 등에 관해 상세하게 대화를 나눴으나 정 위원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돈’을 보장할 권한이 없었다.

협회는 2021년 7월 전력강화위원회 역할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으로 축소했다.
최근 협회는 “최종 의결권을 가진 분과위원회는 공정위원회가 유일하다”며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 아니고, 법문 상 다른 위원회와 동일하게 문구를 맞추고, 원래 바뀌지 않은 목적과 기능을 명확하게 기술하고자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없다.
대표팀 사령탑처럼 중요한 자리를 결정하는 전력강화위원회에 최종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2018년 김판곤 당시 감독선임위원장은 위원회 논의를 통해 후배를 선정하고, 협상의 주체로 나서 기본적인 조건도 직접 전달했다.
2순위 후보였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협상에서 큰 이견 없이 결론을 도출한 배경이다.

협상의 기본은 돈이다.
돈을 놓고 이견을 조율해 결론을 도출하는 게 협상이다.
마쉬 감독과 제대로 된 협상은 정 위원장이 아니라 따로 만든 협회 내부 파트에서 담당했다.
정 위원장과 마쉬 감독이 런던에서 만난 후 2주가 지나서야 실질적인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시간을 허비했고, 이마저도 협상에 실패했다.
마쉬 감독은 세금 문제를 놓고 협회와 줄다리기를 하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캐나다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협회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시점에도 “아직 어떤 결론도 내려진 것은 없다.
시간에 쫓겨 협상하면 사령탑 후보에게 끌려갈 수 있어 신중히 처리하고 있다”는 한심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무능한 민낯을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셈이다.

과거 전력강화위원회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후보를 정하면 빠르게 협상하는 게 기본이다.
위원장이 협상 주체가 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지금 구조에서는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은 사령탑 장기 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협회는 사실상 마쉬 감독에게 올인했기 때문에 남은 후보와는 아예 백지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마쉬 감독과 비교하면 남은 후보의 무게감도 떨어지고, 5월 내 선임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한국은 6월6일과 11일 싱가포르, 중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치른다.
최악의 상황에는 3월에 이어 다음달에도 공식 사령탑 없이 A매치 2연전을 치러야 한다.
임시 사령탑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무능한 협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도전한다.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집행위원 두 자리를 선출한다.
정 회장은 동아시아에 할당된 자리에 단독 출마해 당선이 확실시된다.
임기는 2027년까지로 협회장 4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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