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과 싸운 슈퍼팀, 결국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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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즌이었다.


전창진 KCC 감독은 봄 농구를 앞두고 ‘기적’이라는 두 글자를 꺼냈다.
설렘보단 반성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지난 1일 프로농구 시상식서 한 팬에게 푸른 장미 한 송이를 선물 받은 것이 발단이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기적이다.
KCC의 현주소를 그대로 꿰뚫는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 팀’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출발했지만 정규리그 5위에 그쳤다.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다.
지난 시즌까지 5위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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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객관적 전력에서만큼은 가히 최고라 할 만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라건아, 이승현, 허웅에 오프시즌 영입한 최준용, 군 제대 후 복귀한 송교창까지 가세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퍼즐을 맞추는 데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엇박자를 냈다.
정규리그 내내 공격에선 날카로운 화력을 뽐낸 반면,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계속되는 부상 악재도 발목을 잡았다.
동네 슈퍼팀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날선 지적까지 뒤따랐다.

수장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전 감독은 “2~3명 부상 이슈가 있었는데도 (경기에서) 지면 타이틀이 굉장히 자극적으로 나오더라. 우리가 지길 바라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라면서 “선수들 입장에선 기가 많이 빠지는 대목”이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더욱 마음을 다잡은 이유다.
전 감독은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본다.
PO 동안 선수들 모두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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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 부담마저도 뛰어넘어

결국, 해냈다.
말 그대로 봄 농구를 장악했다.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자 무섭게 치고 나갔다.
6강 PO서 SK를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둔 데 이어 4강서 정규리그 우승팀 DB를 3승1패로 꺾었다.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 4경기서 3승1패를 거두며 포효했다.
0%의 기적이 100%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역대 프로농구 챔프전서 3승1패를 먼저 거둔 팀은 예외 없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KCC 또한 5차전을 잡아내며 이번 시즌 최후의 주인공이 됐다.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터. 전 감독은 “최선을 다해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회를 준 KCC에게 고맙다 조금이라도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허웅은 “선수들끼리 정말 친하다.
농구 외적으로도 매일 붙어 다닐 정도”라면서 “힘들 때도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최준용은 “이기고자 하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 있는 부담감”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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