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고려한 ‘비운의 천재’ 노승열, 우연이 만든 기적 같은 기회 “멘탈 잡고 최선 다할 것”[SS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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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맥키니(미 텍사스주)=장강훈 기자] “하는데까지 해봐야죠.”

뜻밖의 행운이다.
수많은 우연이 겹쳐 돌아가고 싶은 무대에 섰다.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고,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느닷없이 무대에 올랐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다.
‘비운의 천재’ 노승열(33·지벤트)이 행운의 출전권을 발판삼아 PGA투어 복귀를 타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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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열은 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에 있는 TPC 크레이그 랜치(파71·7414야드)에서 개막한 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달러)에 156번째 선수로 출전했다.
PGA투어 시드가 없는 노승열은 대기순위 4번으로 출전 가능성이 희박했다.

윌 잘라토리스가 가장 먼저 기권했고, 션 오헤어가 또 기권했다.
대기 1순위였던 러셀 녹스는 일찌감치 출전을 포기한 탓에 애초 대기순번 2, 3번이던 선수가 출전권을 얻는 행운을 누렸다.
노승열은 “어제(1일)까지만 해도 대기 2순위여서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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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임성재가 티오프 30분을 남기고 감기몸살로 하차하는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밤새 내린 비로 개막이 한 시간 연기된데다 예기치 못한 임성재의 하차로 몸풀러 나온 노승열에게 차례가 돌아온 셈이다.

디펜딩챔피언 제이슨 데이,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와 한 조로 출발한 노승열은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바꿔 2타를 줄였다.
그는 “올해는 PGA투어 복귀 욕심보다는 콘페리투어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번 대회도 집 근처에서 열려서 몸이나 풀자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행운이 찾아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주는 연습도 안하고, 휴식도 취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기 2번이라는 연락을 받아서 ‘출전 가능성은 낮지만 훈련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일찍 대회장에 왔는데 티오프 30분 전에 출전하라는 메시지를 받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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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출전 계획이 없었으므로 루틴을 다 소화하지도 못했다.
“퍼팅 연습도 안했다”며 웃은 그는 “워낙 잘하는 선수들과 모처럼 플레이해서 재미있었다.
고등학교 때 대회한 곳이기도 하고,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첫날 60타로 선두에 오르는 등 좋은 기억이 있다.
2라운드는 오후 티오프여서 훈련도 더 하고, 잘 준비해서 짜임새있는 플레이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보너스처럼 출전한 대회이지만, 열심히 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2014년 취리히클래식 우승으로 PGA투어에 입성하는 등 ‘천재’로 불렸던 노승열은 2017년 입대한 뒤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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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군대를 핑계로 삼고싶지는 않다”면서도 “7년여간 톱10에 한 번도 못들었고, 군복무 후 평범한 선수로 머물러 있다.
흐름이 한 번 끊기니까, 세계적인 선수가 모이는 PGA투어에서 다시 치고 올라서는 게 쉽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기량이 꺾였다는 생각은 자신감 결여로 이어진다.
좋은 성적을 거둔 날에도 ‘내일은 다시 저조한 성적이 날거야’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 역시 “기술보다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평균 이하의 선수가 됐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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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내려고 노력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재도약이 쉽지 않다.
노승열은 “군복무 후 플레이가 너무 안돼서 2022년부터 골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은퇴하자고 마음먹었다”며 “은퇴시점이 올해일지, 내년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만둘 때까지 미국에서 최대한 도전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아내와 7개월 된 딸이 큰 힘이라는 노승열은 “최대한 예전 기량을 찾을 수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이번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콘페리투어에서도 매주 좋은 성적을 내다보면 터닝포인트가 있지 않겠나. 내가 가진 기량을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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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서 대회가 열리고, 대기자를 포함해 네 명이 기권하고, 휴식한 게 불안해 훈련하러 대회장을 찾은 우연들이 노승열을 필드로 다시 불러냈다.
터닝포인트 역시 우연과 우연이 겹쳐 우연히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현역생활을 버틴 노승열이 잃어버린 천재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 우연처럼 찾아온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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