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관문서 스승과 제자가 만났다 “양보할 생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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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승부 앞에서 사제관계는 잠시 내려놓는다.

봄 농구 설렘으로 가득했던 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선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행사를 마치고 전창진 KCC 감독은 송영진 KT 감독, 허웅(KCC), 허훈(KT) 형제와 밥을 먹었다.
식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헤어지면서 전창진 감독이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납시다.
” 바람은 이뤄졌다.
정규리그 5위, 3위로 PO 열차에 탑승한 KCC와 KT다.
6강서 SK(4위), 현대모비스(6위)를, 4강서 DB(1위), LG(2위)를 각각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4인방은 25일 나란히 챔프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전창진 감독은 해당 일화를 전하며 “인연이 되려니 이렇게 만나게 됐다”고 껄껄 웃었다.
왕좌까지 이제 딱 하나의 관문만 남았다.
외나무다리에서 칼을 겨눈다.
상대를 넘어서야만 원하는 고지에 도달할 수 있다.
허웅-허훈 형제는 물론 전창진 감독과 송영진 감독 역시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리즈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두 사령탑의 지략대결에 시선이 쏠린다.

전창진 감독과 송영진 감독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2009~2010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선수 송영진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전창진 감독은 송영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송영진은 외곽 플레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전창진 감독은 보다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들기를 주문했다.
수장의 지도 아래 송영진은 골밑과 외곽을 넘나드는 만능 플레이어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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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세월이 흘러 선·후배 사이가 됐다.
여전히 서로를 응원한다.
전창진 감독은 “송영진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강한 정신력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벤치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더라”면서 “젊은 감독들이 많은데, 냉철하고 경기운영을 잘하더라. 늘 자주 연락하며 걱정도 많이 해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송영진 감독 역시 “선수 시절 함께했던 전창진 감독님과 챔프전서 붙게 돼 영광스럽다.
감독님과는 좋은 기억이 많다.
존경하는 분이다.
감회가 새롭다”고 표현했다.

단,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우승 앞에 양보는 없다.
전창진 감독은 “승부에서 사제나 후배는 필요 없는 단어다.
나 또한 양보할 생각이 없다.
다 끝나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이 낭만이다.
더 노력하고 공부해서 젊은 송영진 감독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팬 분들이 지켜보는 홈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싶다”고 강조했다.
송영진 감독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승부는 승부다.
감독님을 넘어 꼭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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