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고교 혹사 넘어 입스까지’ 쓸쓸히 방출된 NC 김재균… 그가 전한 특별한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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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C 투수 김재균이 23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두산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사진=허행운 기자

“후회는 없습니다.


프로야구 NC의 2023년 가을은 찬란했다.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등반하며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다.
하지만 조금은 착잡한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본 이가 있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NC로부터 방출된 좌완 투수 김재균이다.

충암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9번으로 지명 받은 좌완 유망주였다.
하지만 1군 출전은 단 4경기에 불과했다.
NC 팬들에게도 낯선 이름일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짧은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두산과 NC가 맞붙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김재균은 “후배 (한)재승이가 서울 원정 온다고 연락이 왔다.
밥이나 한 끼 하려 했는데, 티켓까지 구해줬더라. 당연히 NC를 응원하는 중이라 흔쾌히 여기까지 왔다”고 웃었다.
경기 전 국민의례를 위해 도열했던 선수단이 김재균이 앉아 있는 관중석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방출의 아픔을 떠올린다면 야구장을, 그리고 전 소속팀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NC가 강팀이 돼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딱 강팀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라며 NC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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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NC 지명을 받은 김재균(오른쪽 3번재)이 동기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많기에 더욱 애틋하다.
신민혁, 김영규, 김형준, 김시훈, 오영수 등이 그와 같은 드래프트 출신이다.
김재균은 “19살 때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같이 해본 게 너무 많은 친구들이라 응원만 하게 된다.
항상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침 그날 배터리 호흡을 맞춘 것도 신민혁-김형준 듀오였다.
특히 김형준은 김재균이 생애 첫 1군에 선발 등판했던 2018년 7월7일 고척 넥센(현 키움)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던 특별한 존재기도 하다.

“친구들과 지금까지 함께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팀에서 믿어주신 것에 비해 제가 야구를 너무 못한 것 같다”는 그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한 배경이다.
조심스레 방출의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2019년부터 있었던 입스(Yips)가 갈수록 심해졌다.
제가 봐도 선수를 더 하면 안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2년 가까이 팀이 저를 믿어주신 것”이라며 “잔부상까지 겹치며 실력은 자꾸 쇠퇴했다.
그렇게 전력에서 제외됐던 거다.
너무 못해서 억울할 것도 없다.
할 수 있던 건 다 해봤다”는 담담한 설명을 전했다.

입스의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1군을 경험하고 나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욕심만큼 실력이 따라주질 않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나쁜, 안 좋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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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C 투수 김재균이 2018 신인드래프트 지명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고교 시절 일었던 ‘혹사 논란’도 알게 모르게 몸을 축냈다.
고3 시절 나선 봉황대기가 문제의 대회였다.
팀이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 등판해 670구를 뿌렸다.
마지막 5일 동안만 무려 437구를 던졌다.
그는 “어릴 때는 몰랐다.
저보다 더 많이 던지신 선배님들도 많으셨는데, 롱런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나. 그저 제가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렇게 쌓인 후유증도 잔부상으로 이어지며 발목을 붙잡았다.

“당장 현역을 향한 미련이 없다”는 그였지만, 사랑하는 야구와 아예 멀어질 수는 없었다.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프로에 도전하는 아마추어, 학생 선수들이 저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올여름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을 밟는 중이다”는 계획을 전했다.
모교인 언북중 곽채진 감독이 손을 내밀어 준 덕에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성장기에 있는 친구들을 무리시키지 않는 선에서 잘 키워야 하지 않겠나. 1차 목표인 고교 진학은 물론 장기적으로 프로에 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멘탈적인 건 말할 것도 없다.
“제가 그랬듯 스스로 암울한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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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C 투수 김재균이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1999년생으로 이제 만 25세에 불과한, 지도자 치고 이른 나이다.
그는 “고교 시절도 얼마 되지 않았고, 당장 방출을 경험한 것도 몇 달 전이다.
힘든 경험들이었지만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거름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도자를 하다 선수로 다시 재기하신 코치님들도 계신 걸로 안다.
당장 미련이 없지만, 빨리 지도자를 시작하면 몇 년 지나도 여전히 20대지 않나. 인생은 혹시 모르는 거니까”라고 밝게 웃었다.
선수 김재균이 보낸 특별한 작별 인사, 그 안에 자리한 작은 희망이었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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