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의 굴레에 갇힌 흥국생명과 김연경, 무게 실리는 현역 연장해도 이대론 전성기를 또 낭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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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생. 어느덧 만으로 36세가 됐다.
에이징 커브가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V리그에서 소화한 일곱 시즌 중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결과는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다.
해외리그에서 돌아온 뒤 소화한 V리그 세 시즌에서 모두 준우승. 하늘이 내려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최고의 재능에게 이제 더 이상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는 허락되지 않는 걸까. 흥국생명의 ‘배구여제’ 김연경 얘기다.
◆ 커리어 초창기, 김연경은 우승이 더 익숙한 선수였다.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이후 김연경은 우승이 익숙한 선수였다.
신인이었던 2005~2006시즌에 곧바로 득점 1위(756점), 공격 종합 1위(39.65%)에 오르며 V리그를 평정했다.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는 모두 그의 차지였고, 챔피언결정전 MVP마저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활약이었다.
이후 일본 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세 시즌을 더 소화한 김연경은 2006~2007시즌,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도 우승을 차지했다.
2007~2008시즌은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네 시즌 동안 우승 3회, 준우승 1회. 우승 땐 모두 챔피언결정전 MVP 석권까지. 그야말로 리그 밸런스를 깨뜨리는 압도적인 선수였다.
◆ 다시 돌아온 V리그, 준우승의 굴레에 갇히다
일본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중국리그까지 해외 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던 김연경은 2020~2021시즌에 V리그에 돌아왔다.
12년 만의 V리그 컴백이었다.
‘쌍둥이 자매’의 동생 이다영이 흥국생명에 FA 이적해 김연경-이재영-이다영으로 이어지는 ‘빅3’가 결성됐다.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으나 이재영, 이다영이 학폭 논란으로 시즌 막판 출장 정지가 됐고 결국 GS칼텍스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엔 진출했으나 이소영, 강소휘의 ‘쏘쏘자매’에 러츠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앞세운 GS칼텍스에 3전 전패로 셧아웃당하고 말았다.
다시 중국리그로 돌아간 뒤 1년을 뛴 뒤 김연경은 2022~2023시즌에 다시 V리그로 돌아왔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개막 15연승의 무적행보를 보이던 현대건설에 밀리는 듯 했으나 야스민의 부상공백을 국내선수로만 메우던 현대건설에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흥국생명이 시즌 막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빼앗으며 챔피언결정전 직행에 성공했다.
상대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2전 전승으로 제압하고 올라온 도로공사. 1,2차전만 해도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2승을 선취해 우승확률 100%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후 거짓말같이 내리 세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V리그 역사상 사상 초유의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 패배였다.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연경은 현역 연장을 택했고, 야심차게 2023~2024시즌을 준비했다.
◆ 리버스 스윕 희생양에 이어 세 경기 연속 2-3 패배로 또 다시 준우승
이번엔 다르겠지 싶었다.
희망적 요소도 있었다.
2022~2023시즌 도중 권순찬 감독 경질 사태 이후 감독 공백이 있었던 흥국생명은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데려왔다.
김연경과는 과거 페네르바체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던 인연도 있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도로공사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하긴 했지만, 시즌 막판에야 흥국생명 사령탑으로 합류한 아본단자 감독이 자신의 배구 철학이나 전술 등을 녹여낼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반면 2023~2024시즌은 아본단자 감독이 준비부터 함께 했다.
본격적으로 아본단자의 배구가 가동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졌다.
시즌 전 모두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2라운드까지 성적은 11승1패. 3-2 승리가 네 번이나 돼 승점에서 손해를 본 게 흠이었지만,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어우흥’이 현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옐레나의 공격 부진이 이어지고, 태도 논란까지 불거지며 현대건설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랜디 존슨의 딸로 유명한 윌로우 존슨을 데려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역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낙승이 예상됐던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후 12일 현대건설을 3-0으로 눌렀지만, 시즌 최종 성적표는 승점 79(28승8패). 승점 80(26승10패)의 현대건설에 승점 1 차이로 밀린 정규리그 2위였다.
2승을 더 거두고도 아홉 번이나 풀 세트 접전을 소화하느라 손해본 승점이 시즌 끝에 기어코 발목을 잡은 셈이다.
정규리그 2위로 내려앉은 대가는 가혹했다.
후반기 들어 최고의 상승세를 타며 7년 만에 봄 배구 나들이에 나선 정관장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했다.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2승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틀 간격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 강행군으로 인해 이미 흥국생명 선수단은 지쳐있었다.
현대건설과의 챔피언결전은 1,2,3차전을 모두 풀 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내줬다.
현대건설의 경기 리듬이 채 돌아오지 않은 1차전에서 두 세트를 선취하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준 게 컸다.
또 다시 리버스 스윕의 악몽이 떠오를만한 패배였다.
2,3차전 역시 3세트까진 1-2로 앞섰으나 4,5세트를 다 내줬다.
양 날개에만 편중되는 볼 배분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현저한 체력 저하가 가장 큰 이유였다.
천하의 김연경도 어느덧 30대 중반. 3차전에선 공격을 하고 내려온 뒤 다리가 휘청이는 장면도 나왔다.
김연경 역시 체력 한계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 현역 연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풍문, 공식 입장은 8일 V리그 시상식에서?
이제 관심은 김연경의 거취에 쏠린다.
아직 현역 연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는 없지만, 배구계 안팎에서는 김연경이 현역 연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크다.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의 입장은 가깝게는 8일 열리는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서 흘러나올 수 있다.
김연경은 절친한 후배인 양효진(현대건설)과 정규리그 MVP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투표는 포스트시즌 직전에 완료됐다.
정규리그 1위 프리미엄의 양효진과 개인 기록에서 압도하는 김연경을 두고 기자단이 어떤 요소에 더 가중치를 뒀느냐에 따라 MVP의 주인공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 공식 인터뷰는 남녀 정규리그 MVP, 신인상 수상자가 한다.
김연경이 MVP를 수상하면 자연스레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MVP 수상에 실패할 경우 수상이 확실시되는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수상자 자격으로 공식 인터뷰가 성사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 현역 연장이어도 이대로는 김연경의 전성기를 또 낭비하게 된다
여전히 전성기급 기량을 뽐내는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공식화해 2024~2025시즌을 뛰게 되더라도 지금의 선수단 구성으론 우승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의 전성기를 또 다시 낭비하게 된다면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유니폼에 별을 추가할 시기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
먼저, 시즌 내내 지적받아온 세터 문제부터 해결이 시급하다.
주전 세터를 맡아온 이원정은 챔프전에서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중앙의 속공이나 이동공격 옵션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양 날개로 뿌리는 퀵오픈과 오픈, 윌로우의 후위 공격에만 의존하는 경기 운영을 보였다.
FA 자격을 얻는 선수 중엔 대어급 세터가 없다.
이원정부터 FA 자격을 얻는다.
이원정과의 동행을 이어갈지가 미지수다.
주전급 세터를 다른 구단들이 트레이드로 내줄 리도 만무하다.
중앙을 살려가면서 양 날개에 쏠리는 블로킹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준급 세터가 토종 중에 없다면 아시아쿼터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리시브는 다소 부족하지만, 파괴력 있는 공격력을 보여준 레이나 토코쿠(일본)를 포기하기엔 아깝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통해 경기 운영을 진두지휘하는 세터의 중요성을 여실히 체감한 흥국생명이다.
아시아쿼터에 수준급 세터가 있다면 해답이 될 수 있다.
레이나의 공백은 FA로 메울 수 있다.
이번 FA에는 최대어급 선수들이 모두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다.
최대어로 꼽히는 강소휘를 비롯해 이소영(정관장), 정지윤(현대건설)은 김연경의 대각에서 팀 전력을 상승시켜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흥국생명은 주전으로 뛴 이주아를 비롯해 과거 주전으로 뛰었던 김채연까지미들 블로커만 2명이 FA 자격을 얻는다.
여기에 좌우에서 모두 뛸 수 있는 자원인 김미연도 FA를 얻는다.
누굴 잡고, 누굴 포기하느냐에 따라 내년 시즌 흥국생명의 전력은 크게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흥국생명의 노선은 ‘WIN NOW’여야 한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의 오프시즌 행보에 배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이징 커브가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V리그에서 소화한 일곱 시즌 중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결과는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다.
해외리그에서 돌아온 뒤 소화한 V리그 세 시즌에서 모두 준우승. 하늘이 내려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최고의 재능에게 이제 더 이상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는 허락되지 않는 걸까. 흥국생명의 ‘배구여제’ 김연경 얘기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2로 패배해 준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시상식에서 준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다. 뉴시스 |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이후 김연경은 우승이 익숙한 선수였다.
신인이었던 2005~2006시즌에 곧바로 득점 1위(756점), 공격 종합 1위(39.65%)에 오르며 V리그를 평정했다.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는 모두 그의 차지였고, 챔피언결정전 MVP마저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활약이었다.
이후 일본 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세 시즌을 더 소화한 김연경은 2006~2007시즌,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도 우승을 차지했다.
2007~2008시즌은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네 시즌 동안 우승 3회, 준우승 1회. 우승 땐 모두 챔피언결정전 MVP 석권까지. 그야말로 리그 밸런스를 깨뜨리는 압도적인 선수였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
일본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중국리그까지 해외 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던 김연경은 2020~2021시즌에 V리그에 돌아왔다.
12년 만의 V리그 컴백이었다.
‘쌍둥이 자매’의 동생 이다영이 흥국생명에 FA 이적해 김연경-이재영-이다영으로 이어지는 ‘빅3’가 결성됐다.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으나 이재영, 이다영이 학폭 논란으로 시즌 막판 출장 정지가 됐고 결국 GS칼텍스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엔 진출했으나 이소영, 강소휘의 ‘쏘쏘자매’에 러츠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앞세운 GS칼텍스에 3전 전패로 셧아웃당하고 말았다.
다시 중국리그로 돌아간 뒤 1년을 뛴 뒤 김연경은 2022~2023시즌에 다시 V리그로 돌아왔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개막 15연승의 무적행보를 보이던 현대건설에 밀리는 듯 했으나 야스민의 부상공백을 국내선수로만 메우던 현대건설에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흥국생명이 시즌 막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빼앗으며 챔피언결정전 직행에 성공했다.
상대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2전 전승으로 제압하고 올라온 도로공사. 1,2차전만 해도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2승을 선취해 우승확률 100%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후 거짓말같이 내리 세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V리그 역사상 사상 초유의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 패배였다.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연경은 현역 연장을 택했고, 야심차게 2023~2024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2로 패배해 준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
이번엔 다르겠지 싶었다.
희망적 요소도 있었다.
2022~2023시즌 도중 권순찬 감독 경질 사태 이후 감독 공백이 있었던 흥국생명은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데려왔다.
김연경과는 과거 페네르바체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던 인연도 있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도로공사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하긴 했지만, 시즌 막판에야 흥국생명 사령탑으로 합류한 아본단자 감독이 자신의 배구 철학이나 전술 등을 녹여낼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반면 2023~2024시즌은 아본단자 감독이 준비부터 함께 했다.
본격적으로 아본단자의 배구가 가동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졌다.
시즌 전 모두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2라운드까지 성적은 11승1패. 3-2 승리가 네 번이나 돼 승점에서 손해를 본 게 흠이었지만,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어우흥’이 현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옐레나의 공격 부진이 이어지고, 태도 논란까지 불거지며 현대건설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랜디 존슨의 딸로 유명한 윌로우 존슨을 데려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역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낙승이 예상됐던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후 12일 현대건설을 3-0으로 눌렀지만, 시즌 최종 성적표는 승점 79(28승8패). 승점 80(26승10패)의 현대건설에 승점 1 차이로 밀린 정규리그 2위였다.
2승을 더 거두고도 아홉 번이나 풀 세트 접전을 소화하느라 손해본 승점이 시즌 끝에 기어코 발목을 잡은 셈이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수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후반기 들어 최고의 상승세를 타며 7년 만에 봄 배구 나들이에 나선 정관장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했다.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2승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틀 간격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 강행군으로 인해 이미 흥국생명 선수단은 지쳐있었다.
현대건설과의 챔피언결전은 1,2,3차전을 모두 풀 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내줬다.
현대건설의 경기 리듬이 채 돌아오지 않은 1차전에서 두 세트를 선취하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준 게 컸다.
또 다시 리버스 스윕의 악몽이 떠오를만한 패배였다.
2,3차전 역시 3세트까진 1-2로 앞섰으나 4,5세트를 다 내줬다.
양 날개에만 편중되는 볼 배분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현저한 체력 저하가 가장 큰 이유였다.
천하의 김연경도 어느덧 30대 중반. 3차전에선 공격을 하고 내려온 뒤 다리가 휘청이는 장면도 나왔다.
김연경 역시 체력 한계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2로 패배해 준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
이제 관심은 김연경의 거취에 쏠린다.
아직 현역 연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는 없지만, 배구계 안팎에서는 김연경이 현역 연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크다.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의 입장은 가깝게는 8일 열리는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서 흘러나올 수 있다.
김연경은 절친한 후배인 양효진(현대건설)과 정규리그 MVP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투표는 포스트시즌 직전에 완료됐다.
정규리그 1위 프리미엄의 양효진과 개인 기록에서 압도하는 김연경을 두고 기자단이 어떤 요소에 더 가중치를 뒀느냐에 따라 MVP의 주인공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 공식 인터뷰는 남녀 정규리그 MVP, 신인상 수상자가 한다.
김연경이 MVP를 수상하면 자연스레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MVP 수상에 실패할 경우 수상이 확실시되는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수상자 자격으로 공식 인터뷰가 성사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여전히 전성기급 기량을 뽐내는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공식화해 2024~2025시즌을 뛰게 되더라도 지금의 선수단 구성으론 우승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의 전성기를 또 다시 낭비하게 된다면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유니폼에 별을 추가할 시기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
먼저, 시즌 내내 지적받아온 세터 문제부터 해결이 시급하다.
주전 세터를 맡아온 이원정은 챔프전에서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중앙의 속공이나 이동공격 옵션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양 날개로 뿌리는 퀵오픈과 오픈, 윌로우의 후위 공격에만 의존하는 경기 운영을 보였다.
FA 자격을 얻는 선수 중엔 대어급 세터가 없다.
이원정부터 FA 자격을 얻는다.
이원정과의 동행을 이어갈지가 미지수다.
주전급 세터를 다른 구단들이 트레이드로 내줄 리도 만무하다.
중앙을 살려가면서 양 날개에 쏠리는 블로킹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준급 세터가 토종 중에 없다면 아시아쿼터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리시브는 다소 부족하지만, 파괴력 있는 공격력을 보여준 레이나 토코쿠(일본)를 포기하기엔 아깝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통해 경기 운영을 진두지휘하는 세터의 중요성을 여실히 체감한 흥국생명이다.
아시아쿼터에 수준급 세터가 있다면 해답이 될 수 있다.
지난 1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023-2024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공격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
이번 FA에는 최대어급 선수들이 모두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다.
최대어로 꼽히는 강소휘를 비롯해 이소영(정관장), 정지윤(현대건설)은 김연경의 대각에서 팀 전력을 상승시켜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흥국생명은 주전으로 뛴 이주아를 비롯해 과거 주전으로 뛰었던 김채연까지미들 블로커만 2명이 FA 자격을 얻는다.
여기에 좌우에서 모두 뛸 수 있는 자원인 김미연도 FA를 얻는다.
누굴 잡고, 누굴 포기하느냐에 따라 내년 시즌 흥국생명의 전력은 크게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흥국생명의 노선은 ‘WIN NOW’여야 한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의 오프시즌 행보에 배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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