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스윕 희생양에 3전 전패까지…그럼에도 선수단 탓하는 아본단자 감독, 이게 최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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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이 지난달 7일 GS칼텍스전에서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코트에 서지 못했고, 핵심 미들 블로커 정호영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릎 통증이 올라와 2,3차전을 뛰지 못했다.
완전체로 임하지 못한 봄 배구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럼에도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부상 선수 핑계를 대기 싫다 누가 없어서 졌다는 말은 안 나왔으면 한다.
이유나 핑계는 없다.
흥국생명이 저희를 압도해져 졌다”고 말했다.
가타부타 핑계나 변명, 선수 탓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패장’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2023~2024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은 현대건설의 챔피언결정전 3전 전승,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치면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이다.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를 3경기나 치르고 올라온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의 매 경기 풀 세트 접전으로 치러지는 ‘진흙탕 싸움’을 이겨낼 체력이 부족했다.
‘배구여제’ 김연경과 윌로우, 레이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매 경기 맹위를 떨쳤지만, 3경기 모두 4세트만 가면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3경기 모두 3세트까지는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를 2-1로 앞섰지만, 3경기 연속 4,5세트를 내리 내주며 3전 전패를 당한 것은 분명 체력 이슈가 컸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위에서 고희진 감독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마친 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보여준 태도를 꼬집기 위해서다.
3차전을 마친 뒤 인터뷰실에 들어선 아본단자 감독에게서 “감독인 내 잘못”이라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먼저 현대건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끝까지 경기를 물고 늘어져 이겨낸 부분, 멘탈이나 모든 게 강인했다.
좋은 배구를 보여줬다”며 현대건설에 대한 우승을 치하한 뒤에는 한 시즌을 돌아보며 패배의 원인을 달라지지 못한 선수단 탓으로 돌렸다.
다른 결과를 기대했다”면서 “팀 내에서 성장하거나 바뀌려고 하고, 다른 걸 시도해려보는 선수들이 많이 없어서 아쉽다.
외국인 감독으로서 그 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스스로를 바꾸려고 하고 새로운 것을 하려는 게 나이의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팀내 최고참격인 김연경이나 김수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도수빈이나 박수연 등 큰 성장을 보여준 선수들은 있었지만, 팀 전체적으로 많이 바뀌지 않았다.
팀 전체적으로 테크닉적인 부분이나 멘탈 부분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서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을 잡고도 내리 세 경기를 내주며 사상초유의 ‘리버스 스윕 패배’의 희생양이 됐다.
권순찬 감독 경질 사태 등으로 감독 공백 기간이 길었던 흥국생명은 지난해 2월말에 아본단자를 정식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팀을 맡은지 한달 남짓 지나서 맞이한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역사적인 패배는 면죄부를 줄 수 있다.
아직 자신의 배구 철학이나 전술 등을 충분히 녹여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한 패배기 때문이다.
비 시즌 훈련부터 아본단자 감독이 참여하고 구상해 만들어낸 팀이다.
그럼에도 아본단자 감독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기 보다 일부 선수들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심지어 “이런 결과가 2년 연속 일어났다.
팀의 병든 부분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란 팀과 자신을 분리하는 듯한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인터뷰다.
부상자에 대한 아쉬움도 말했다.
그는 “국가대표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김다은이나 주전급 미들 블로커인 김채연도 시즌 내내 기용할 수 없었다.
김해란 역시 많이 쓰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이게 내가 내린 올 시즌 분석”이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배구 강국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탈리아리그는 물론 튀르키예, 폴란드 등 V리그보다 훨씬 상위리그에서 감독직을 역임했고,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적도 있는 아본단자는 V리그 외국인 감독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력을 지녔다.
그가 처음 흥국생명 사령탑이 됐을 땐 ‘세계적인 명장’이 온다며 팬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적어도 V리그에서는 그는 명장이 아니다.
주어진 선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우승을 쟁취해지도 못했고,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선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 번은 사상초유의 리버스 스윕 패배, 또 한 번은 3경기 연속 풀 세트 접전 끝에 전패. 인사치레라도 “모든 게 나의 잘못”이라고 한 마디 하는 게 어려웠던 걸까.
고희진 감독과 아본단자 감독이 패배에 접근하는 방식이 동서양의 문화 차이라고 하기도 곤란하다.
축구의 세계적인 명장 주제 무리뉴는 전성기 시절 자신에게 비난과 관심을 집중시켜 선수를 보호하곤 했다.
이래저래 흥국생명에겐 2년 연속 챔프전 패배가 더욱 쓰라린 이유다.
인천=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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