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요청 엄청한다” 류현진의 또 다른 가치 현미경 분석, 한화 마운드 새로운 길 열린다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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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 기자] “솔직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
전력 분석 질문이 나오자 한화 최원호 감독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현역 시절 선발 투수였던 만큼 투수가 주도하는 전력 분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한국에서 선발 투수가 전력 분석의 주체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ML)와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포수가 분석하고 분석을 실행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화에는 누구보다 세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마운드 위에서 펼쳐 보인 선발 투수가 있다.
빅리그 10시즌 경력을 자랑하는 류현진이다.
LA 다저스 시절 직접 전력 분석에 임한 후 분석 내용을 동료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재미를 느끼며 시작한 전력 분석인데 효과 만점이었다.
결과가 나오자 다저스 선수들도 류현진이 분석한 내용을 경청했다.
2019년 다저스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2020년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에서 에이스이자 맏형이 됐는데 알렉 마노아와 같은 젊은 투수가 류현진을 멘토로 바라보며 따랐다.
류현진이 전력 분석하고 이를 마운드 위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본 마노아는 24세였던 2022년 16승 평균자책점 2.24의 특급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제는 마노아가 누린 혜택이 한화 영건에게 간다.
최 감독은 지난 27일 문학 SSG전을 앞두고 류현진 전력 분석에 대한 질문에 “전력 분석팀 얘기를 들어보니 현진이가 정말 꼼꼼하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어 최 감독은 “솔직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라고 웃으면서 “자료 요청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어떤 데이터가 나오면 이에 대한 영상 100개 이상을 본다고 한다.
분석팀이 이에 맞춰서 편집해야 하니 일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전력 분석팀을 걱정하면서도 기뻐했다.
빅리그에서 ‘투수의 교본’으로 불렸던 류현진이다.
정교하고 영리하다.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꿰뚫고 이에 맞춰 투구 계획을 짠다.
그 결과 시속 160㎞ 강속구가 없어도 빅리그에서 78승과 삼진 934개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평균자책점 2.32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자리했다.
류현진 자신도 빅리그 커리어 전후로 달라진 점을 전력 분석으로 꼽았다.
올시즌 개막에 앞서 “12년 전 한국에 있었을 때 나는 그저 포수의 사인만 보고 던지는 투수였다.
이제는 내가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생각하고 그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개막전에서는 고전했다.
구위는 만족스러웠으나 장점인 커맨드가 흔들렸다.
그래서 더 칼을 갈았다.
“나도 초상집인데 상대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두 번째 등판인 오는 29일 대전 KT전을 응시했다.
12년 만에 대전에서 열리는 류현진 홈 복귀전이다.
류현진의 현미경 분석이 고스란히 실현된다면 대전에서도 한화의 질주는 이어질 것이다.
3연전 첫 경기라 한화 투수들이 류현진의 모습을 보고 KT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도 보고 배울 수 있다.
단순한 에이스 한 명 영입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류현진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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