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U18 학생 선수 출신이 책상 앞에 앉은 사연

작성자 정보

  • 토토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8,287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17102017214957.jpg
사진=블루윙즈 미디어 명예기자단 제공

개인 상담을 진행했던 선수 중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에 재학 중인 2학년 최은상 학생이다.
최 학생은 한때 프로 산하 성남FC U18 풍생고에 소속, 축구 선수의 꿈을 꿨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말 축구를 그만두게 됐다.
이후 학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축구에만 집중했던 학생 선수가 학업을 통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당시 필자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 선수는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켰다.
이번 최 선수의 실제 사례가 많은 학생 선수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으면 한다.


최 선수와의 인연은 2017년 봄에 닿았다.
지인의 소개로 개인 상담을 진행하게 됐다.
최 선수가 사는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개인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아파트의 놀이터는 상당히 조용했고 인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개인 상담을 진행하는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을 정도로 꽤 훌륭했다.
2017년의 필자는 무명의 시절을 보내고 있던 시기였다.
발품을 팔아 찾아가는 서비스를 했던 시기였기에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17102017222284.jpg
사진=블루윙즈 미디어 명예기자단 제공

개인 상담을 통해 확인된 최 선수의 주 호소 문제는 자신의 기량을 시합에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팀 적응과 포지션 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이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상담이 마무리된 후엔 최 선수의 집에서 심리기술훈련(PST)을 진행했다.
일주일 주기로 약 10회기의 훈련을 했다.

매주 주말 오전은 최 선수와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심리기술 전략을 공유하고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심리기술훈련을 진행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최 선수의 머리가 상당히 좋다는 점이다.
그동안 만났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했고 배운 심리기술 전략의 핵심 내용을 재해석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라포가 점점 단단해졌고 최 선수는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일주일 동안 숙소 생활을 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공유할 정도로 관계가 가까워졌다.
필자도 최 선수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더 많은 애정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최 선수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밝아졌고 말수도 점점 늘어났다.
배운 심리기술 전략들이 숙달되면서 마음과 생각이 한층 더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여름이 되자 최 선수의 기량이 그라운드에서 점점 발휘되기 시작했다.
특히 8월에 출전한 K리그 유스 챔피언십에서 최 선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게 된다.
그는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때만은 달랐다.
“선생님 저 이번에 경기를 정말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최 선수와 통화를 마치고 필자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당시 필자는 초보 스포츠 심리전문가였다.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좋은 성과가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이제 최 선수가 축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에 일이 발생했다.
“선생님 저 축구를 그만두려고 해요.” 최 선수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나서 필자는 충격에 빠지게 됐다.
심리기술훈련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고 이제 자신의 기량이 발휘되기 시작했는데 축구를 그만둔다는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 산하에 소속된 학생 선수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당시 필자는 선수 출신의 경험적 근거를 통해 최 선수가 축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현재 상황에서 축구를 통해 대학에 가는 것이 공부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 선수의 부모도 축구를 그만두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17102017229678.jpg
사진=최은상 본인 제공/ 고등학교 시절 작성한 메모

최 선수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필자에게 전달한 메모지 안에 축구를 그만두려는 이유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축구 선수 이후의 불확실한 삶과 미래, 언제 올지 모르는 부상, 군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낮은 확률, 슬럼프, 정신적 고통, 다양한 취미 활동 참여, 가족과 보내는 시간 증가,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지금의 나 등이 적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선수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작성할 줄 몰랐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축구를 선택함으로써 공부라는 기회비용을 포기하게 되는데, 망설임이 오래 걸릴수록 기회비용이 커진다.
”라는 마지막 문구가 필자의 말문을 닫히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최 선수는 축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이전부터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한다.


최 선수는 결국 축구를 그만두고 학업에 몰두하게 된다.
그동안 학업에 소홀했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의 수준을 쫓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상당히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배운 심리기술 전략을 활용해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했다.
최 선수가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고1 겨울 시기에 초등학교부터 고1까지의 수학 내용을 모두 공부하며 이해하는 것이었다.
다른 과목과 다르게 수학은 내용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이 계속 보였고 이를 계속 채우면서 인내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축구를 할 때보다 힘들진 않았어요. 축구를 다시 할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최 선수는 점점 더 지독함을 발휘했다.
2학년과 3학년 시기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매주 매크로 루틴을 설정하여 의도적인 행동을 실천했다.
생활도 집이 아닌 고시원에서 생활했고 하루에 계획한 것을 무조건 다 끝내야 잠에 들 정도로 학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다행인 것은 축구를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적으로 탄탄했다.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노력의 대가는 자연스럽게 결과로 확인됐다.
고2 중간고사 전교 7등, 기말고사 전교 5등을 하게 된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이제 일반 학생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점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최 선수가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알 수 있다.


최 선수는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 시작했다.
심리기술 전략도 더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최 선수는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시험 기간이 가까워지면 환경을 변화시켰다.
고시원이 아닌 스터디카페로 장소를 옮겨서 시험공부를 하며 시험장의 분위기를 똑같이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기침 소리, 의자의 소리, 다른 사람들이 다리를 떠는 것 등을 경험하면서 에너지 수준(각성)을 관리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시험장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게 했다.
보완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 때에는 스톱워치(초시계)를 활용해 문제 해결 시간을 체크했으며 점점 시간을 단축해 나가며 문제 해결 능력을 높였다.


17102017247276.jpg
사진=최은상(가장 왼쪽) 본인 제공

시험 당일에도 담대함을 발휘했다.
최 선수는 시험지를 받기 전까지 긍정적인 자기암시를 통해 승리의 주문을 걸었다.
시험지를 받고 나서는 미리 계획된 멘탈 플랜대로 문제를 풀었다.
국어 문제를 예로 들면 문학, 비문학, 화작, 문법으로 시험 문제가 구성되는데, 이때 가장 쉬운 화작, 문법, 문학, 비문학 순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플랜A였다.
만약 문법이나 문학의 문제가 어렵게 나오게 되면 비문학을 먼저 푸는 것을 플랜B를 세워 시험에 참여했다.
추가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2점, 쉬운 문제가 2점이라면 쉬운 문제를 먼저 풀며 시간을 최대한 벌기 위해 노력을 했다.
미리 계획된 멘탈 플랜은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당황하지 않고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최 선수는 결국 고3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하게 된다.
정말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 선수가 얼마나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했을 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최 선수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경희대학교 스포츠의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 후에는 스포츠 도핑 분야에 관심이 생겨 응용화학과를 복수 전공했다.
최근에는 희망 진로 분야가 바뀌면서 응용화학과를 단일 전공으로 전과했다.
현재는 2차 전지 분야로 취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 선수는 현재 축구와 공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학생 선수들에게 이렇게 조언을 했다.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정확하게 판단했으면 해요. 근거 없는 낙관을 품기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치열하게 고민을 할수록 후회할 확률은 적은 것 같아요. 또 어떠한 결정이든,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노력을 해보고 나서 반드시 주체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다.

최 선수와의 인연은 필자가 성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초보 스포츠 심리전문가 시절에 필자는 내담자에게 무조건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철저하게 오류였다.
스포츠 심리전문가는 내담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었다.
최 선수와 개인 상담을 하면서 이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아가 심리기술 전략이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됐다.
마지막으로 최 선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선생님은 은상이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해 주길 바라고 늘 응원할게.”

17102017255675.jpg
사진=최은상(가장 왼쪽) 본인 제공

이상우 대표는...
△멘탈 퍼포먼스 대표 △스포츠심리학 박사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 FC안양 선수 △저서 ‘멘탈 퍼포먼스’ 출간(2024)
△서울특별시핸드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양평군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한국스포츠심리학회 이사(2024) △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 U18 대건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 풋볼A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양평FC 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천안제일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경기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KFA ONSIDE ‘이상우 박사의 축구심리 상담소’ 연재(2023) △알 자지라 잉글리시 다큐멘터리 ‘Mindset Korea’ 출연(2023) △K리그 드림어시스트 멘토(2023) △대전하나시티즌 프로축구단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전남드래곤즈 프로축구단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K리그 신인선수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KOVO 한국배구연맹 전임심판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대한테니스협회 상임심판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대한축구피지컬코치협회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충주상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3) △서울경희중학교 운동부 심리기술훈련특강(2023) △대구 심인중, 고등학교 탁구부 심리기술훈련 특강(2023) △경기 여주SD U12 심리기술훈련 지원(2023)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월드(www.sportsworldi.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 서명
    토토힐 운영자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5,748 / 904 페이지
  • 보증업체
  • 이벤트
  • 꽁머니교환
  • 로그인
토토힐 이벤트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