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남 탓'으로 끝난 클린스만 감독의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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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스포츠부장 |
알겠냐?”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나온 대사다.
우리 속담에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하게 되면 남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해 ‘남의 탓’을 한다.
공자가 ‘군자는 문제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원인을 찾는다’고 한 이유도, 그만큼 자기 반성과 책임 인정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인의 길은 가깝고, 군자의 문은 좁다고 하지 않던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패배의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팀 내 불화 문제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사과는 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리더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감독에 이어 수석코치까지 충격적인 인터뷰를 남기며 책임을 회피했다.
헤어초크는 “선수 간 다툼은 훈련장에서 본 적 있다”라며 “수 개월간 쌓아 올린 게 몇 분 만에 박살났다”고 말했다.
선수단 관리도 감독과 코치진 역할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동안 부진한 경기력 뿐만 아니라 전술적 부재, 근무 태도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잘못된 만남’이었던 클린스만과 한국 축구대표팀의 인연은 1년 만에 초라하게 마무리됐다.
한국축구 역사상 최악의 선임 사례로 남을 만하다.
그래서 한 조직의 리더에게는 ‘쉽게 미혹되지 않는 판단력과 말 한마디의 무게감, 날카로운 지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거대 기업 구글과 애플을 만든 것도 특출한 리더의 능력 덕분이었다.
리더는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며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 사태를 보면서 한 사람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전 부회장이다.
과거 산업부에서 유통담당 기자로 일했을 때다.
당시 LG생활건강 광화문 본사 각층 화장실에는 ‘CEO 메시지’가 늘 붙어 있었다.
칸칸이 각기 다른 5가지 주제의 글로, 간결한 글귀와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9회말을 마친 후 홈런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주어진 업무 시간에 충실히 일해야 하고 야근을 지양하자”, “불필요하고 복잡한 것 대신 보고서를 간단히 하고 관습대로가 아닌 이 일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라” 등등. 그가 경영자로서, 인생 선배로서,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담담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줄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관리에도 철저했다.
공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에 이끌리면 객관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을 때는 혼자 택시나 KTX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의 획기적인 리더십은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작한 사업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17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금 축구계는,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하루빨리 새 감독을 선임해 흐트러진 팀 분위기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재 전·현직 K리그 감독들과 과거 대표팀을 이끈 경력의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만큼은 감독 후보를 제대로 고르고, 잘 검증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들 리더는 ‘외로운 자리’, ‘고독한 자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스스로 눈과 귀, 소통의 문을 닫을 때 생긴다.
소통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나와 다른 생각’의 존중에서 시작된다.
이번엔 남 탓 말고 내 탓으로 돌리는 ‘속 깊은 리더’를 만나고 싶다.
김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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