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탁구선수권, 그 속에서 한국 각인하는 SPP 아나운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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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남녀 각 40개국이 참가했다.
33개국이 남녀 선수단을 모두 파견했고, 14개국은 남자 또는 여자선수단만 나왔다.
ITTF는 매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마다 정기총회도 개최한다.
기간 중에 파트별로 수많은 실무회의도 연다.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해 회의대표만 온 나라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대회 참가국은 무려 150개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개최지 한국과 부산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더 넓은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부산을 찾은 선수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 중에서도 SPP 아나운서들은 맨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SPP(스포츠프레젠테이션)는 경기장 내에서 장내방송, 영상, 음악, 조명 등 여러 장치를 활용해 관중에게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관전의 흥미를 더해주는 서비스를 뜻하는 말이다.
이때 관중에게 경기장 현장과 실전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일이 바로 SPP 아나운서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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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SPP 아나운서는 선수 소개 등 단순 정보를 알려주는 일반적인 장내 아나운서의 기능을 넘어선다.
경기 중 관련 정보를 전달해 경기에 대한 이해와 몰입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분위기가 처질 때는 높은 텐션으로 관중의 흥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있을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도 유연한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응원을 위해 현장을 찾은 관중은 SPP 아나운서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따라 열광하고 환호하며 감동한다.
코트에 있는 선수들도 뜻밖의 응원에 없던 힘도 낸다.

특히 한국탁구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인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관중의 절반 가까이가 해외 팬들이다.
대규모 국제대회이니만큼 SPP 아나운서도 한국어와 더불어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하는 전문아나운서들이 필수다.
한국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서는 어쩌면 더 비중 높은 포지션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직위 발표에 따르면 24, 25일 4강, 결승전 티켓 절반을 외국 관중이 구매했다고 한다.


이번 대회는 모두 여섯 명의 SPP 아나운서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한국어 담당 남자 아나운서가 셋, 영어 멘트를 담당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셋이다.
이미 대회를 관전한 팬들이라면 높고 맑은 목소리로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렛츠고!’를, ‘뱅뱅 잉글랜드!’를, ‘바모스!’를, 또한 ‘간바레!’와 ‘짜요!’를 들었을 것이다.
응원을 따라 힘을 내는 각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았을 것이다.
대회가 막바지를 향하는 시점, 한국의 밝은 이미지를 최전선에서 알리고 있는 SPP 영어아나운서들을 소개한다.

장우주 아나운서는 대한체육회와 각종 산하 연맹 등 스포츠단체들의 행사 진행을 5년 넘게 해온 베테랑이다.
축구, 수영, 럭비 등 약 30종목 이상을 해왔는데, 탁구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어서 새롭다.
스포츠대회 현장의 활발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선택한 일인데 종목을 늘려갈 때마다 일종의 ‘도장 깨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탁구는 처음 진행하게 된 행사가 마침 가장 큰 세계선수권대회여서 “더 좋은 느낌”을 갖게 됐다고 밝힌다.
또 한 번의 ‘도장 깨기’를 넘어 더욱 자주 탁구대회를 접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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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동수항 아나운서는 낚시를 좋아하는 ‘강태공’ 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다.
한국낚시채널(FTV)의 프로그램 피싱마블을 진행했었다.
작년에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를 직접 진행한 경력도 있다.
비유하자면 레저스포츠에서 e스포츠로, 다시 정통스포츠까지 활동범위를 확대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약 10년간 유학하고 돌아와 한국어만큼이나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이 강점인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현장을 만나 즐겁다.

박예림 아나운서는 경제방송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SPP 분야로 활동범위를 넓힌 독특한 경우다.
작년까지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 중계 캐스터 경력이 있다.
무척이나 활발한 성격과 높은 텐션을 보면 처음부터 스포츠가 적성이 맞아 보인다(하긴, 세 아나운서는 누구랄 것도 없이 개막하고 꽤 지났음에도 아직 지치거나 힘든 느낌이 전혀 없다고). 박 아나는 스스로 큰 공(축구)에서 작은 공(탁구)으로 접근한 셈인데, 공을 다루는 스포츠치고 재미없는 종목이 없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실감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세 사람은 SPP 아나운서로는 사실 이번 대회가 첫 경험이다.
뜻밖의 섭외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초에 조직위와 첫 만남을 가졌고,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 대회 현장에 투입됐다.
방송이든 행사든 나름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새로운 현장을 만나면서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크고 중요한 행사여서 부담도 없지 않았지만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린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른 걸 떠나 세 아나운서가 현장에서 탁구의 매력에 폭 빠졌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직 30대가 되지 않은 세대로서 이전까지 탁구에 대한 이미지를 어딘지 옛스러운 종목으로 갖고 있었다는 이들은 이번 대회를 진행하면서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됐다고 한다.
매우 트렌디하게 세팅된 시설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재미에 왜 지금까지 탁구가 고전적인 느낌의 프레임에 갇혀있는지 오히려 이해되지 않을 정도라고. 이런 멋진 대회들이 더 자주 열리고 홍보가 지속된다면 젊은 층의 유입이 많아질 수 있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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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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