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승부수였지만…한국 여자 탁구, 8강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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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
22일 오후 벡스코 특설경기장 초피홀에서 치러진 중국과의 8강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천하의 중국이지만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은 이기고 싶었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를 뛴 이시온(삼성생명)을 과감하게 전진 배치했다.
대신 사기가 조금 저하된 신유빈(대한항공)에게 승부처를 지키게 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승부수였다.
지난 경기 내내 에이스의 책임을 지며 팀을 8강까지 견인한 전지희(미래에셋증권)는 중국전에서도 중책을 맡았다.
오 감독의 작전은 컨디션 상승세 이시온과 전지희를 믿고 승부처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명 한 명이 최강자인 중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1매치 주자로 나선 이시온이 국제무대에서 처음 만난 순잉샤의 ‘탁구’에 적응하지 못했고, 전지희도 다음 경기에서 첸멍의 묵직하면서도 빠른 구질에 게임이 거듭될수록 선전했지만 결국 패했다.
3매치를 지켜 후반전에 반전 기회를 만들 임무를 부여받은 신유빈도 남자선수 버금가는 왕이디의 파워를 이겨내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초피홀 4천석을 가득 메운 관중의 응원은 뜨거웠지만, 중국은 중국이었다.
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
경기 뒤 오광헌 감독은 “연결에 강점이 있는 신유빈 선수를 왕이디에게 붙여서 승부를 보려 한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통하지 않았다.
중국이 예상보다 더 철저히 준비하고 나왔다.
이시온 선수나 전지희 선수도 부담이 컸을 텐데 잘 견뎌줬다.
그래도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따로 주문하지 않있는데, 유빈이가 마지막 게임에서 바나나플릭을 구사해서 점수를 가져오는 등 패하는 과정에서도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줬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실력에서 패한 걸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선수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감독으로서 이번 대회 우리 팀 성적에 80점 정도는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올림픽이다.
여자대표팀은 예선라운드 1위로 16강에 직행한 뒤 복병 브라질을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오광헌 감독은 “현재 전력대로라면 우리는 늘 8강이나 4강이다.
중국이나 다른 강국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강이 필요하다.
예전에 아테네에서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장이 금메달을 딴 것처럼 움직임과 강력한 파워를 키워야 한다.
보다 공격적인 탁구를 해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그런 점들을 보강해 파리로 가겠다”고 말했다.
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
선수들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8강을 견인하다시피 한 전지희는 “8강까지는 나름 잘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중국전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
우리가 전부터 좀 더 잘해서 팀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 좀 더 높은 단계에서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도 많이 아쉽다.
이제 올림픽인데 감독님이 (추첨)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우선은 각자 각자 랭킹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올림픽을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그 목표를 삼고 가겠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홈그라운드에서의 첫 번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
많은 관중의 부담감을 경험했고, 예상 못한 패배도 경험했다.
경기 뒤 신유빈은 “많은 분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탁구선수 할 때 행복함을 다시 느낀 것 같고, 대한민국 대표로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인사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한국의 마지막 경기가 된 3게임에서 왕이디와 듀스 접전을 벌였다.
“왕이디 선수와의 예전 마지막 게임을 바탕으로 작전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잘 맞지 않았다.
계속 막히니까 변화가 필요했고, 그것이 약간 통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기지 못했으니 다시 차분히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잘 돌아보면서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
모두가 예상 못한 첫 주자로 출전한 이시온에게도 중국전은 많은 것을 남긴 경기였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 출전하면서 큰 활약을 했으나 중국과의 경기력 차이를 실감했다.
이시온은 경기 뒤 “순잉샤 선수가 왜 세계랭킹 1위인지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깔려 들어오는 회전은 물론이고 다른 기술도 워낙 좋아서 어떻게 해볼 도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준비하겠다.
올림픽은 아직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가게 된다면 이런 경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의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여정이 조금 일찍 끝났다.
애초 4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예선라운드에서 목표대로 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직행했지만 본선에서 너무 일찍 최강팀 중국을 만나는 불운을 피하지 못했다.
오광헌 감독과 선수들은 “대진 추첨을 탓하지 않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선수들은 곧 해산한 뒤 다음 대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가장 가까운 다음 대회는 3월의 WTT 챔피언스다.
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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