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 만에 불법 도박 누명 벗은 배구 스타 김요한, 공갈·협박+허위 명예훼손 재판서 승소…“내 뿌리 흔들려, 수치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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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배구 스타 김요한(39)이 불법 스포츠 도박 누명을 벗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판사 이미선)은 지난해 6월14일 공갈, 협박 혐의로 기소된 홍 모 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홍 모 씨는 올해 1월11일 같은 법원(판사 김주영)에서 진행한 재판에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김요한의 고소로 진행된 재판이다.
홍 모 씨는 지난 2022년 12월 김요한이 출연 중이었던 예능 프로그램 게시판에 김요한이 불법 토토를 비롯한 여러 불법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 인터넷 매체에 김요한이 불법 토토에 가담했다고 제보했다.
곧 김요한이 해설위원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확인한 후 홍 모 씨에게 베팅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사가 나왔다.

익명이었지만 김요한이라는 것을 웬만한 배구 관계자는 알아챌 수 있는 수준. 결국 김요한은 해설, 예능에서 모두 하차해야 했다.
김요한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홍 모 씨를 고소했고, 결국 승소했다.

홍 모 씨는 김요한이 선수 시절 몸담았던 구단 스태프로 알게 돼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2019년 김요한이 은퇴한 후에는 개인 매니저로 고용해 연을 이어갔고, 한집에 살 정도로 가까웠다.
사실상 ‘절친’이었던 그는 왜 김요한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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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이 문제였다.
김요한과 홍 모 씨는 채무 관계로 얽혀 있다.
2014년 홍 모 씨는 사업 자금 명목으로 김요한에게 6000만원을 빌렸다.
9년간 돈을 갚지 않았고, 지난해 공증을 받은 결과 이자가 불어 약 2억3000만원의 채무가 남게 됐다.
홍 모 씨는 김요한에게 수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2022년 11월 매니저 일을 그만둔 후 홍 모 씨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로 김요한에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요구하며 공갈, 협박했다.
김요한은 퇴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홍 모씨의 협박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해서 돈을 요구했다.
김요한은 더는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홍 모씨는 게시판과 언론사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지인을 통해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랫동안 지인 관계에 있으면서 자신이 매니저로 일하기도 한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라며 공갈, 협박 혐의에 관한 양형 이유를 밝혔다.

명예훼손 재판에서 홍 모 씨는 언론사에 제보한 것과 달리 김요한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내세우지 못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은어를 사용해 베팅을 지시한 메시지, 통화 내역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이전 휴대전화를 판매했기에 제출하기가 어렵다” “당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했는데 이전 휴대전화에 있어 내역이 없다”라며 말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김요한이 불법 도박 무혐의를 증명할 자료를 자세하게 소명한 것과 180도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표한 사실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비방 목적 및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던 게 인정된다”라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홍 모 씨가 채무를 털기 위해 김요한을 공갈, 협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까지 했다고 판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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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후 본지와 만난 김요한은 “내가 사람을 한 번 좋아하면 흔히 말해 퍼주는 스타일이다.
홍 모 씨도 인연이 깊은 사람인데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내 집에서 살게 했다.
주변에서 일을 못 한다고 다 퇴직시키라고 했는데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그냥 매니저를 한 명 더 썼다.
돈도 자주 빌려준 게 맞다.
그런데 그 내역을 불법 도박 증거라고 내밀었다는 게 황당하다.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김요한은 명예훼손 재판 결과에 항소했다.
그는 “이런 일을 벌이고도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말 괘씸하다”라면서 “항소해 더 큰 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구 스타로서의 명성과 명예가 크게 훼손된 점이 큰 상처로 다가온다.
김요한은 남자 배구 간판 스타였고, 대표팀의 핵심이었다.
배구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한순간에 억울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김요한은 “배구는 내 뿌리다.
방송을 한 것도 결국 배구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사건 때문에 내 근간이 흔들렸다.
일이 다 끊긴 것도 힘들었지만, 배구 선수로 불법 도박을 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주변에서 괜찮다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 않았겠나. 그런 생각 때문에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다”라고 호소했다.

터널에서 빠져나온 김요한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싶어 한다.
그는 “지난해 3월 광주에서 페퍼저축은행 행사를 갔다.
굉장히 위축된 마음으로 갔는데 팬께서 좋아해 주셔서 마음이 녹았다.
그런데 행사 도중 관계자가 돌아가달라고 하더라. 큰 충격을 받았다.
광주는 내 고향이고 현장에 배구 관계자도 많았다.
수치스러워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명예를 회복했으니 무료로 페퍼저축은행을 위해 행사를 해드리고 싶다.
기회가 되면 하던 일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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