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서버가 서브만 17번을 때렸다? 서브로 경기 지배한 이예은 “어디로 올지 모르는 게 내 서브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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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서버의 유형은 다양하다.
일발 필살의 스파이크 서브로 리시버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에이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강서버가 있고, 강하지 않은 플로터 서브지만 구질이 까다롭고 길고 짧게 범실 없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서버들도 원포인트 서버로 기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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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금쪽이’ 이예은(20)은 후자 유형의 원포인트 서버다.
고교 시절엔 공격과 수비를 모두 도맡아 하는 에이스 역할을 했던 이예은이지만, 프로에서는 작은 신장(175cm)으로 전위에서 블로킹 높이가 낮아 주전으로 뛰진 못하지만, 서브 실력을 인정받아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하고 있다.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예은은 도로공사가 2패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3차전에서도 원포인트 서버로 기용돼 3,4세트에서 결정적인 ‘서브쇼’로 경기 양상을 뒤바꿔놓았다.
이예은의 흥국생명 선수들을 홀리는 서브에 결국 도로공사는 3차전을 잡았고, 4,5차전까지 내리 잡으며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을 완성한 바 있다.

9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이예은이 ‘씬스틸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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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트 듀스에서 최정민에게 서브 득점을 허용해 세트를 내준 도로공사는 2세트도 초반 3-7로 몰렸다.
이어 추격전을 개시해 14-15로 턱밑까지 쫓아간 상황에서 이예은은 김세빈 대신 원포인트 서버로 기용됐다.
이예은은 2세트에만 10번의 서브를 넣었다.
이 말은 도로공사가 9점을 연속으로 따냈단 얘기다.
때로는 엔드라인을 보고 때리는 긴 서브로, 때로는 어택 라인 근처에서 떨어지는 짧은 서브로 IBK기업은행 리시버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도로공사는 이예은의 서브쇼로 분위기를 단숨에 가져왔다.
이예은은 도로공사가 승부를 마무리지은 4세트에도 15-12에 기용돼 19-13을 만든 뒤 코트에서 나왔다.
이예은이 이날 기록한 득점은 서브득점 1개에 불과했지만, 승리공헌도는 각각 35점, 21점을 몰아친 부키리치, 배유나 ‘원투펀치’와 어깨를 견줄만한 맹활약이었다.

이날 이예은이 시도한 서브는 17개. 범실은 단 1개도 없었다.
공식 집계하는 기록은 아니지만, V리그 역사상 이처럼 많은 서브를 시도하고 나온 원포인트 서버가 있을 정도의 ‘진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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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도 이예은의 서브가 경기를 뒤집는 결정적 장면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예은이가 들어가서 경기 흐름을 바꿔줬다.
예은이의 서브는 구질도 까다롭지만, 짧고 길게 넣으며 완급을 조절하기 때문에 상대 리시버들이 리듬을 잡기 힘들다”고 칭찬했다.

경기 뒤 부키리치, 김세빈과 함께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에 들어선 이예은은 ‘금쪽이’란 별명답게 특유의 해맑음으로 인터뷰실을 지배했다.
김세빈이 다소 늦어 기다리는 사이 부키리치와 수다를 나누던 이예은에게 무슨 내용이냐고 묻자 “제가 부키리치와 경기 전에 함께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푸는데, 부키리치가 공을 제 얼굴에 맞추면 그날 경기가 잘 풀려요. 그래서 제 얼굴을 희생하기로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서브의 비결을 묻자 이예은은 “제 서브가 상대들이 받기가 힘든 것은 아닌데, 짧고 길게 때리다보니 어디로 올지 모르니 당황하는 것 같다.
제 기억에 10번 연속으로 서브를 때린 것은 없는 것 같다”라면서 “서브 연습을 짧고, 길게, 선수들 사이사이에 때리는 등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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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는 이날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통해 승점 3을 챙겨 승점 22(7승15패)를 쌓긴 했지만, 5위 정관장(승점 30, 9승12패)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봄배구에 대한 희망은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예은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훈련과 경기에 힘하고 있을까. 그는 “훈련 때 선수들과 ‘봄배구가 쉽지 않겠다’라는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도 시즌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팬분들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훈련 때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2년차로 아직도 새내기급이지만, 신인인 김세빈과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서니 이제 제법 ‘언니미’가 느껴진다고 묻자 이예은은 “저도 지난 시즌엔 신인이라 멋모르고 하는 배구였다.
이제는 그래도 조금은 배구가 보이고, 어떤 선수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올 시즌 초반에 실수가 좀 있어서 기회를 더 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 경기로 만회를 한 것 같아 다행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화성=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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