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src="/images/menu/pop_icon2.jpg"> ‘멋쟁이’ 초딩 4인방, SSG 패색 짙자 광속 퇴장…정용진 구단주도 9회초 집으로 [준PO2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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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황혜정기자] “추워서 가는 거예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무려 ‘준플레이오프’라는 가을야구에 왔지만, 4회말이 끝나자마자 중도 퇴장하는 네 사람을 목격했다.
프로야구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아 어디 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앳된 목소리와 얼굴로 초등학생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들의 사연을 잠시 들어봤다.
“인주초등학교 6학년 2반 멋쟁이 황현준입니다!” 씩씩하게 자기소개를 한 황 군은 “학원 끝나고 바로 경기장에 오느라 유니폼과 겉옷을 챙기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 옆에 수줍게 서 있던 나머지 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제각각 영어, 복싱 등 서로 다른 학원에서 왔지만, 시간을 맞춰 경기장을 찾았다.
치열한 티켓팅은 황 군의 친구 정호연(인주초·6학년)군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정 군의 어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보고 오라며 준플레이오프 2차전 티켓 4장을 연석으로 잡는 데 성공했다.
정 군은 “아버지가 TV중계로 야구를 종종 보셨는데 나도 우연히 보게 돼 그 뒤로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나머지 두 사람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저 친구를 따라왔다.
흥미도 없는 야구인데 이날 SSG가 4회까지 안타 단 2개만 뽑아내자 흥미를 더 느끼지 못하고 집에 가는 걸 선택했다.
안경을 쓴 정 군의 친구는 “시끄러운 응원 소리에 머리도 아프고 추워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이날 SSG는 선발 김광현이 3이닝 동안 4실점 하며 패색이 짙었다.
4회말 한유섬이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추격을 시작했지만, 집에 가고 싶은 어린 학생들의 마음마저 돌리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2011년생이다.
2007년 데뷔해 이날로 포스트시즌 통산 19번 등판하며 이 부분 신기록을 세운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들어는 봤는데, 사실 잘 모른다”며 기자의 눈을 슬그머니 피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요즘 초등학생들의 스타는 누굴까. 황 군의 ‘최애’ 선수는 올 시즌부터 SSG에서 뛰고 있는 SSG랜더스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 황 군은 “멋있잖아요! 안타도 빵빵 치고. 에리디아가 미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계속 좋아할 거예요”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야구장을 오기 시작한 황 군의 눈에 잘 치는 타자가 최고 선수다.
이들이 함께 야구장을 찾은 건 이날 포함 3번. 평소에도 추우면 ‘쿨하게’ 경기 도중에도 집에 간단다.
경기 결과는 집에 가서 확인하면 그만이란다.
“이제 집 가야 해요. 경기 도중 돌아와서 엄마가 ‘왜 지금 왔냐’라고 하시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재미없어요.” 솔직한 어린 학생들의 답변이었다.
이번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중학교에 진학한다.
그래서 학원 수업을 빠질 수 없었다.
네 사람은 입을 모아 “중학교 올라가는 게 너무 두려워요, 정말요”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SSG는 한유섬이 추격의 연타석 홈런포를 쏘아올렸지만, 8회초 NC 김형준에 솔로 홈런과 손아섭·박건우에 쐐기타까지 내주며 3-7로 무릎을 꿇었다.
역대 14차례 준플레이오프 5전 3승제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확률은 25%에 불과하다.
이날 패색이 짙어지자 SSG 정용진 구단주는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9회초 시작과 동시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는 게 일상인 이들에게 야구가 작은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스포츠서울’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인천 인주초등학교 6학년 네 사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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