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인해전술과 초구 공략, 그렇게 43번째 역전승···KS 2차전은 2023 LG 야구 축약본[SS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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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딱 1년 전이었다.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은 다시 사령탑에 오른 기쁨과 반성을 두루 전했다.
과거 포스트시즌 실패 요인을 돌아봤다며 “단순하고 신속하게”를 강조했다.
팀 운명을 좌우하는 단기전 투수 교체에 있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실제로 그랬다.
지난 8일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LG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키플레이어로 낙점했던 선발 최원태를 1회에 교체한 것은 물론, 이후 모든 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빨랐다.
최강 뎁스를 자랑하는 불펜진을 200% 활용했고 1회 4실점 이후 2회부터 9회까지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수 교체에서만 팀 컬러가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초구 공략에 의한 홈런으로 상대를 추격했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더니 다시 초구 공략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1회 투수 교체부터 결승 홈런까지 LG 특유의 야구로 만든 대역전극이었다.
144경기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준 모습을 한 경기로 축약한 KS 2차전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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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42번째, 그리고 올해 43번째 역전승

역전의 명수다.
정규시즌에서 LG는 전체 승부에 절반에 가까운 승리를 역전승으로 만들었다.
시즌 전적 86승 56패 2무. 86승 중 42승이 역전승이었다.

그냥 나올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불펜과 타선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선수들의 자세 또한 남달랐다.
염 감독은 “올시즌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
144경기 중 추격조를 기용해 경기를 포기한 경우가 정말 손에 꼽는다”며 “나도 늘 이기려 했지만, 선수들의 마음도 굉장히 강하다.
우리 선수들 모두 지고 있어도 ‘할 수 있어’, ‘잡을 수 있어’, ‘한 점만 뽑으면 돼’, ‘하나만 하자’를 외친다.
처음에는 나만 의욕적인 것 같았는데 선수들이 나보다 더 의욕적으로 보인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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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첫 승리투수, 그리고 KS 첫 승리투수 모두 함덕주

정규시즌 개막전과 KS 상대가 같다.
LG는 개막 2연전에서도 KT와 마주했다.
4월 1일 개막전 LG 선발 투수 또한 KS 1차전과 같은 케이시 켈리였다.
KS 1차전처럼 개막전 결과도 패배였다.
6-11로 올시즌 첫 경기를 내줬는데 4월 2일 다음 경기는 역전승이었다.

역전승으로 정규시즌 첫 승리를 만든 주역은 함덕주였다.
연장 10회 마운드에 선 함덕주는 2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부활을 알렸다.
LG 타선은 11회초 박영현과 고영표를 공략했다.
함덕주가 정규시즌 LG의 첫 번째 승리 투수가 됐다.

KS 2차전도 동일하다.
8회 마운드에 선 함덕주는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8회말 박동원의 역전 결승 투런포가 터지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정규시즌 두 번째 경기와 마찬가지로 KS 2차전 승리 투수 함덕주, 패전 투수 박영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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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불펜 투수 7명 이상 투입 경기 11회, 언제든 준비된 인해전술

LG와 함덕주가 2023년의 첫 번째 승리를 거둔 4월 2일. LG는 총 8명의 중간 투수를 투입했다.
KS 2차전에서는 중간 투수 7명이 등판했는데, LG가 정규시즌 불펜에서 투수 7명이 이상이 나온 경우는 11번에 달한다.
언제든 불펜데이 인해전술을 강행할 준비를 했고, 투수들도 불펜데이가 낯설지 않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의 연장선이다.
정규시즌에서 하지 않은 것을 갑자기 포스트시즌에서 실행할 수는 없다.
KS 2차전 불펜데이 성공 요인도 여기에 있다.
정규시즌에서도 매 이닝 불펜 문이 열리며 출석 체크하듯 중간 투수가 총동원된 적이 있다.
그 결과 KS 2차전 이정용, 정우영,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함덕주, 고우석의 8.2이닝 무실점 합작이 이뤄졌다.

2022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선발 투수 아담 플럿코 교체 타이밍이 늦으면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KS 2차전으로 당시의 아픔을 지운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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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강조해온 초구 공략, 최상의 결과로 나왔다.


염 감독은 타자들에게 초구 공략을 권장한다.
넥센과 SK 감독 시절에도 그랬다.
상대 투수가 관성적으로 던지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공략하는 게 안타 확률을 높인다고 본다.
초구 공략을 비롯해 적극성이 없으면 타자는 투수를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그래서 볼카운트 3-0에서 스윙도 주저하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정규시즌 LG는 초구 공략에 가장 능숙한 팀이었다.
전체 안타 1364개 중 초구 공략으로 나온 안타가 217개다.
팀 타율은 0.279로 1위, 초구 공략시 팀 타율 또한 0.367로 1위다.
리드오프 홍창기의 반등 요인도 초구 공략에 있다.
볼을 정교하게 고르며 볼넷으로 출루하는 이미지가 강했던 홍창기는 정규시즌 초구 타율 0.400, 초구 공략으로 안타 22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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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2차전을 앞두고 염 감독이 강조한 것도 초구 공략이었다.
염 감독은 KS 1차전 1회 첫 타석에서 홍창기의 초구 공략에 박수를 보내며 2차전에서도 그 자세를 유지하기를 바랐다.
비록 중견수 정면으로 타구가 형성돼 범타로 물러났지만 타구의 질은 좋았다.

염 감독은 “창기한테는 계속 똑같이 하라고 했다.
오늘도 초구에 치기 좋은 공이 오면 처야 한다.
초구는 무조건 기다리는 식으로 하면 더 꼬인다”고 말했다.
KS 2차전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홍창기다.
그래도 타구의 질은 좋다.
마지막 타석에서 날린 공은 오윤석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우전 안타였다.

초구 공략의 결과는 오지환과 박동원이 냈다.
오지환은 6회말 윌리엄 쿠에바스의 초구 컷패스트볼을 공략해 이번 KS 첫 홈런 주인공이 됐다.
2-4로 점수차를 좁히며 LG 추격의 시작점을 만들었다.
잠실구장 전체를 용암처럼 폭발시켰던 8회말 박동원의 결승 투런포로 초구 공략이었다.
박동원은 1사 2루에서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포를 쏘아 올렸다.
이전 타석인 6회말에 좌전 안타를 치면서 타격감을 잡은 박동원이었는데, 이날 네 번의 타석 모두 초구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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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 드라마로 완성한 21년 만의 잠실 KS 승리

LG의 최근 KS 승리는 정확히 21년 전인 2002년 11월 8일이다.
당시 장소도 잠실구장이었다.
LG는 삼성에 8-7로 승리했다.
승리 투수는 이동현, 세이브 투수는 장문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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