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축구인만의 리그'로 남은 OB 축구회... 조영증 신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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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오랜 시간 이 땅의 축구 현장을 지켜온 조영증 회장이 한국 축구 OB 축구회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 회장이 취임 소감을 직접 밝혔다.
조 회장은 1980~90년대를 관통하며 한국 축구의 굴곡을 몸소 겪어온 레전드다. 경기도 파주 출신의 조 회장은 제일은행, 해군, 포틀랜드 팀버스, 시카고 스팅, 럭키금성 황소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럭키금성, 현대 호랑이, LG 스타스, U-20 및 U 17 국가대표팀에서 감독을 지냈다.
행정 경험도 갖췄다. 국제축구연맹 기술위원과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으로 10년 가까이 활동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7년 맡기도 했다. 2023년부터는 강원FC 전력 강화실장으로 활약했다.
1977년부터 반백년 넘게 축구 현장을 누빈 조 회장은 이제 이회택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은퇴 축구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전 회장은 1946년생이고, 조 회장은 1954년생이다. 8년 젊은 기수의 취임은 단순한 보직 교체가 아니라, 오랜 시간 '선배들 중심'으로 인식돼 온 OB 축구회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조 회장은 취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OB 축구회의 가장 큰 과제로 "선배와 후배가 함께 어우러지는 구조"를 꼽았다. 그간 OB 축구회는 나이 든 선배 축구인들만의 모임이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그 뒤로 30여년만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 이후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행보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40년째 끊기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OB 축구회는 1980~1990년대 축구인 위주로 활동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더 직접적으로는 국제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2002 한일 월드컵 세대들부터는, 즉 해당 멤버들 중 50대 은퇴 축구인이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OB 축구회 활동이 저조하다.
조 회장 역시도 그동안 OB 축구회가 자연스럽게 연령대가 높은 선배들 위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흐름이 고착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참여가 점점 어려워졌고, 그 결과 조직 전체가 올드한 이미지로 굳어졌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그는 OB가 특정 세대만의 공간이 아니라, 은퇴한 모든 축구인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특히 2000년대 이후 은퇴한 세대, 그리고 여전히 현장과 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후배들과의 단절을 아쉬운 지점으로 언급했다. 선후배 관계가 지나치게 수직적으로 인식되면서, 후배들이 "와도 할 일이 없고,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운 자리"라고 느끼게 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OB 축구회가 과거의 명맥을 지키는 조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축구인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조 회장의 취임 일성 전반을 관통한다. 그는 OB 축구회의 존재 이유를 단순한 친목이나 명예의 상징이 아니라, 선후배 간의 유대와 축구계 전체를 잇는 '가교 역할'에서 찾았다. 선배들의 경험과 후배들의 역동성이 결합될 때 조직이 살아 움직일 수 있으며, 그래야만 OB 축구회 역시 시대 흐름에 맞게 재정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선배들만 모이는 OB가 아니라, 후배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들어올 수 있는 OB가 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조 회장은 상술한 변화가 말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임기 동안 선후배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넓히고, 기존에 참여가 저조했던 젊은 은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비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는 누군가를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선배들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OB 축구회가 세대 간 갈등의 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오히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융합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한국 축구의 역사 한가운데를 살아온 조 회장은 누구보다 OB 축구회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표팀의 명맥을 이어온 선배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월드컵 연속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낸 후배들 모두가 오늘의 한국 축구를 만들었다는 인식이 그의 발언 곳곳에 담겼다. 그는 선배들의 노고를 잊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미래 세대가 외면하지 않는 OB 축구회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정리했다.
더불어 30여 명의 어려운 기초 생활 수급 선후배 축구인에게 주어지는 복지기금을 지금의 인당 10만 원에서 더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충하고 기부금을 늘리는 것은 신임 회장의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인수인계 중인 조 회장은 임기기간인 2년 내에 아주 많은 것을 이뤄내지는 못하겠지만, 이전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어려운 선후배 축구인들을 더 많이 돕기 위해 이 한몸 발벗고 나서겠노라 다짐했다.
취임을 계기로 신임 조 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 축구 OB 축구회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는 조직이 아니라, 세대를 잇고 시대에 맞게 호흡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임기가 끝날 무렵, OB 축구회가 '올드한 모임'이 아닌 '함께하고 싶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지, 축구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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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토토힐 운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