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열린 잠실구장서 포착된 심판들의 은밀한 움직임, 무엇을 듣고 있었나[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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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2023 KBO리그 피날레 무대인 한국시리즈(KS). 정규시즌 챔피언 LG와 꼴찌에서 2위로 시즌을 마친 KT가 가을을 지배하기 위해 잠실구장에 모였다.
지난 7일 치른 1차전은 팽팽한 접전 속 플레이오프 승자 KT가 시즌 챔피언을 3-2로 제압해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이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또다른 무리가 눈에 띄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허운 심판위원장을 포함해 베테랑 심판위원인 문승훈 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이계성 심판위원 등 서너 명이 백네트 뒤 관중석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심판위원들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은 이례적인 장면. 심판위원들을 살펴보니 소형 라디오처럼 생긴 물체에 이어폰을 꽂은 상태였다.
중간중간 종이에 메모까지 하는 것이 뭔가 점검하는 눈치였다.
스포츠투아이 소속 직원과 함께 의견을 공유하기도 하고, 심판위원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주심이던 박기택 심판위원과 사인을 교환하는 등 살짝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들이 착용하고 있던 물체는 KBO가 내년시즌 1군 도입을 앞둔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 퓨처스리그에서 4년간 단계별 시범운영을 했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만원관중이 들어찬 1군 경기에서도 오류없이 작동하는지 이른바 실전점검 무대로 KS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투구추적시스템(PTS)를 기반으로 한 ABS는 포구순간 볼-스트라이크 시그널을 무선기계장치를 통해 수신해 신호음 형태로 심판에게 전달한다.
포구순간부터 심판위원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차를 없애고, 판정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경기 초반 테스트에 참가한 허 위원장은 “낮은 기온에 만원관중이 들어찬 탓에 오류가 조금 있었다.
보완하는 단계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금 더 테스트하면서 각종 변수를 제거하는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무선기계장치에 신호를 준다는 것은 전파를 이용한다는 뜻. 다중이용시설에 수만 명이 모이면 수만 개의 전파가 교차한다.
고유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느정도 방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과제로 보인다.
테스트에 참여한 심판위원은 “작동은 잘하는 것 같다.
시간차도 거의 없다”면서도 “아직 점검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심판위원의 판정과 ABS의 판정이 다른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심판 고유의 스트라이크존 때문이다.
ABS로는 볼인데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게 반대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스트라이크존이 기계가 설정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보다 넓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날 선발등판한 KT 고영표와 LG 케이시 켈리 모두 움직임이 심한 공을 던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심판 판정은 경기상황이나 긴장감, 바람 등에 따라 흔들릴 수도 있는데, ABS는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BO 허구연 총재는 “내년에 도입하는 ABS는 세계최초로 홈플레이트 전체 면을 판정 기준으로 삼았다.
볼이 윗변이나 홈플레이트 중앙을 통과할 때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윗변부터 꼭짓점까지 통과하는 전체를 판정 기준으로 삼으므로 빠르게 변하는 구종도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떠나 경기 중 스트라이크존 기준이 바뀌지 않는 게 일관성이다.
모든 팀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어서다.
KBO는 “비시즌에도 지속해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술 전문가와 야구 관계자 자문을 통해 오류 발생 시 대응 방안과 경기적용에 관한 세부 운영 시행세칙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BO는 이달 28일 오전11시30분까지 ABS 운영 대행사를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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