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고지원(21)은 한해 먼저 데뷔한 언니 고지우(23·이상 삼천리)의 빛에 늘 가려 있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로 ‘버디 폭격기’란 별명을 얻은 언니는 투어에서 3승을 쌓으며 펄펄 날았지만 고지우는 2023년과 2024년 상금랭킹이 60위 밖으로 밀려 시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시드전에 나섰지만 42위에 그쳐 빈자리가 생길 때 정규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조건부 시드’를 받고 말았다.

올해 2부 투어인 드림투어를 뛰면서 가끔 정규투어에 얼굴을 비추던 고지원이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곧바로 ‘정규직’에 복귀했다.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북·서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고지원은 노승희(21·요진건설)의 끈질긴 추격을 2타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일궜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이 대회를 마치고 드림투어에 복귀할 예정이던 고지원은 이번 시즌 남은 정규투어 대회는 물론, 2027년까지 시드를 확보해 드림투어 활동을 조기 마감했다.
고지원은 지난주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했다가 배소현(32·메디힐) 역전당해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도 말끔하게 씻어냈다.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북·서 코스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지원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한 언니 고지우에 이어 고지원도 정상에 오르면서 박희영(38)과 박주영(34·동부건설) 자매에 이어 KLPGA 투어에서 두 번째 자매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한 시즌 자매 동시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지우는 18번 홀 그린에서 대기하다 동생의 우승이 확정되자 달려가 안으며 우승을 축하했다.
고지원은 고향 제주에서 첫승을 거두는 기쁨도 누렸다.

2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고지원은 5~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4타 차 선두로 달아났지만 17번 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반면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노승희가 17번 홀(파3)에서 5ｍ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2타 차로 추격했고 18번 홀에서는 이글이 될 뻔한 버디를 낚으며 고지원을 압박했다.
하지만 고지원은 침착하게 버디로 응수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윤이나(22·하이트진로)는 타이틀 방어를 위해 귀국했지만 막판 퍼트 난조로 공동 3위(17언더파 271타)에 머물렀다.
최현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