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곤 위에서 빠른 판단력으로 냉철하게 주먹을 뻗고, 상대의 빈 틈을 파고 들어 제압하며 한국 격투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UFC 신예 4인방 유주상(31), 유수영(29), 박현성(29), 이창호(31)가 천진한 웃음과 겸손함으로 취재진과 팬들을 마주했다. 사진 왼쪽부터 유수영, 박현성, 이창호, 유주상. /UFC 성수점=오승혁 기자

[더팩트｜오승혁 기자] 옥타곤 위에서 빠른 판단력으로 냉철하게 주먹을 뻗고, 상대의 빈 틈을 파고 들어 제압하며 한국 격투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UFC 신예 '4총사' 유주상(31), 유수영(29), 박현성(29), 이창호(31)가 천진한 웃음과 겸손함으로 취재진과 팬들을 마주했다.

3일 UFC코리아는 서울 성수동 'UFC SPORT 성수점'에서 '코리안 뉴웨이브'(Korean New Wave)라는 주제 아래 최근 주목 받는 한국인 파이터 네 명의 기자간담회와 사인회를 진행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현장에 자리해 이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오픈 핑거 글러브와 팬츠 차림이 아닌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성수점에 등장한 이들은 프로급 입담을 보여주며 1시간 가량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간담회를 이끌었다. 하지만 옥타곤에 대해 말할 땐 누구보다 진지했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싸움을 준비하는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다.

◆ "지금 가장 완벽한 선수? 토푸리아!" 한 목소리

‘요즘 가장 강한 선수’를 묻자 네 명의 입에서 나란히 나온 이름은 이리야 토푸리아(Ilia Topuria)였다. UFC에서 3승을 기록해 현재 한국 선수 중 플라이급 톱15 랭킹 진입에 가장 가까운 박현성은 "사실 말이 쉽지, 체급을 바꿔 가면서 강자들을 계속 KO 시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를 본인의 몸으로 직접 증명해 보이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말했다.

이어 유수영은 "이번에 올리베이라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도 토푸리아가 그렇게 까지 기뻐하는 듯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며 "본인이 생각하는 목표가 그 이상인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고, 유주상은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게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호는 "경기력 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나 홍보에서 완벽하다며 이제 맥그리거 이후 UFC의 새로운 얼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박현성, ‘무용수 아내’ 조언에 경기력 향상 "상상력으로 싸운다"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박현성의 입에서 나왔다. 무용수 출신 아내로부터 "운동할 때 상상력을 더 발휘해보라"는 조언을 들은 뒤,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성은 "예전에는 몸이 앞서고 머리가 따라왔는데, 요즘은 머리로 그린 그림이 실제로 몸에서 잘 구현된다. 기술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그려지니까 집중력도 더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밀가루를 끊고 두피가 나아졌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2주간 밀가루를 끊어 봤는데 두피 염증과 여드름이 모두 좋아졌다"며 "이를 계기로 밀가루, 설탕도 줄이고 수면 시간도 자정 정도에 자던 것에서 10시 경으로 당기면서 불면증도 낫고 수면의 질도 높아졌다"고 컨디션 관리에 대한 노력들을 전했다. 현장에 자리한 다른 선수들도 이 이야기에 귀를 세우며 큰 관심을 보였다.

◆ 이창호의 ‘30% 세금 썰’에 모두 웃음

이창호는 UFC 데뷔전의 TKO 승리로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Performance Of The Night) 보너스 5만 달러(약 6825만 원)를 받았다. 현장에서 나온 세금 관련 질문에 "미국 정부가 30%를 가져갔다"는 이창호의 답변으로 현장에는 큰 웃음이 터졌다.

UFC에서 2승을 거뒀고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이창호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계산하지 않고 매일매일 스스로 '어떻게 하면 인간이 더 힘들까'를 고민하면서 극한으로 본인을 몰아 넣는 훈련을 반복한다"고 답했다.

◆ 겸손과 유쾌함, 그리고 ‘더 높이'

지난달 열린 UFC 316에서 '로드 투 UFC' 시즌1 라이트급 우승자 제카 사라기를 왼손 체크훅으로 28초 만에 KO 시키며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유주상은 "제가 한 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빛을 보고 있지만, 저는 이 빛이 곧 잠잠해질 것을 안다"며 "감정 기복 없이 제 할 것에 최선을 다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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