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의 기각 근거…‘누가 직접 규정을 위반했는가’에 포인트, 광주 몰수패와는 ‘다른 케이스’ 분류[SS포커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 현대의 몰수패 요청을 기각했다.
판단의 근거는 명확하다.

연맹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북의 경기 결과 정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북은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3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 이후 포항의 0-3 몰수패를 요청했다.

포항은 전반 23분 무렵 사이드백 김용환이 발목에 통증을 느껴 더는 뛸 수 없게 되자 신광훈을 투입했다.
그런데 대기심이 들어 올린 선수 교체 보드에는 김용환의 3번이 아닌 공격수 김인성의 등번호 7번이 적혀 있었다.
김용환은 이미 벤치로 향했기 때문에 신광훈은 자연스럽게 경기에 들어갔다.

포항 구단이 교체 선수를 잘못 적은 실수를 했는데 심판진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경기를 지속했다.
김인성은 6분 가까이 교체되지 않고 경기를 소화했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전북 벤치가 심판진에 항의한 후에야 포항은 전반 32분 벤치로 돌아온 김용환과 김승대를 교체했다.
김용환은 부상으로 인해 피치 밖에 있었으나 기록지 상으로는 포항이 6분 정도를 12명의 선수로 뛴 셈이다.

전북은 이를 문제 삼아 김인성을 무자격 선수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몰수패를 요구했다.

그러나 연맹은 “김인성과 신광훈이 동시에 경기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원인은 구단이 아닌 전적으로 심판의 책임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두 선수가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연맹이 몰수패를 기각한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귀책 사유가 포항 구단보다 심판진에 있다는 점이다.
포항이 교체 용지에 교체 대상으로 김인성을 적어낸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판이 제대로 김인성을 밖으로 내보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이다.
포항이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손해를 입고 교체 카드 한 장을 낭비하는 것으로 끝났을 문제다.

연맹도 “포항이 교체 용지를 적어 대기심에게 제출하는 과정까지는 경기규칙을 위반한 사항이 없었고, 규칙 위반이라는 결과로 연결될 원인이 발생한 바도 없다.
포항 코칭스태프가 원래 김용환을 의도했으나 김인성으로 잘못 적어낸 것은 내심의 의사 문제이고 규칙을 위반한 판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포항이 규정 위반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규정을 위반한 주체는 심판진으로 보는 게 맞다는 판단이다.

연맹은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도 참고해 결정했다.

일각에선 2021년 광주FC 몰수패 사례와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연맹은 다른 성격의 사고라고 설명했다.
당시 광주는 스스로 네 번째 교체 선수를 요구했고, 심판도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연맹은 구단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판진뿐 아니라 광주도 함께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달리 포항은 심판진이 제대로 경기를 운영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애초에 직접 비교 가능한 사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모두 몰수패 결론을 내지 않았다.
2000년 전북과 부천의 경기에서 교체되어야 할 박성재가 나가지 않아 일시적으로 12명이 뛰었지만 당시에도 두 선수를 무자격 선수로 판단하지 않았다.

지난해 2022년 프라이부르크와 바이에른 뮌헨 경기에서는 벤치로 나와야 할 킹슬레 코망이 피치에 있어 바이에른뮌헨의 선수가 잠시 12명으로 뛰었는데 독일축구협회는 프라이부르크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올해 6월 남미축구연맹 코파수다메리카나 조별리그 E조 산토스(브라질)과 블루밍(볼리비아) 경기에서 마찬가지 결론이 나왔다.
2021년 일본 J2리그 토치기와 오미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맹은 여러 사례를 종합할 때 전북의 요청을 인정하기엔 무리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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