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골키퍼에서 장애인 사격선수로… 유연수 “모두의 희망찬 내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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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수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축하 메시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그렇게 마주한 하반신 마비. 축구선수였기에 더 비극적이었고,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고통을 이겨낸 후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외쳤다.
여기 또 한 명의 ‘희망 찬가’를 부르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장애인 사격 선수 유연수(BDH파라스)다.
그가 2025년 새해를 맞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나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 프로축구 골키퍼인 유연수는 2020년 K리그2 제주에서 데뷔해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2년 전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2022년 10월 제주 서귀포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피해를 입었고, 하반신 마비라는 큰 시련을 마주했다.
약 1년의 재활을 거쳤지만 끝내 장갑을 벗고 축구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좌절의 시간을 이겨낸 그는 휠체어 위에서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달 16일 장애인스포츠단 BDH 파라스에 입단해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피치에서 못다 한 국가대표의 꿈을 목표로 한다.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제18회 하계 패럴림픽 출전을 향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유연수는 “도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축구 선수 시절 유연수는 제주 소속으로 K리그1·K리그2 정규리그 통산 8경기를 소화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유연수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국가대표를 꿈꾼 소년
태권도가 마냥 좋았던 소년이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유년기를 떠올린 유연수는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는 매일 찾아가서 봤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하나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꿈꾸게 되더라. 프로 선수는 물론이고, 최고가 되고 싶었다”며 웃었다.
수비수 출신으로 골키퍼 장갑을 낀 건 중학생부터다.
때마침 키가 20㎝가량 훌쩍 성장했고, 유연수 본인도 골키퍼로 뛰기 시작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오히려 축구에 대한 흥미가 더 늘어나게 된 전환점”이라고 기억했다.
부평동중-부평고-호남대를 거쳐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2020년 제주의 부름을 받은 것. 앞서 낙방의 고배도 제법 많이 마셨다.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입단한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도 많이 느꼈다”고 말한 그는 “내 실력이 부족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3차례 정도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그럼에도 ‘아직 때가 아닐 뿐이라고’ 나 자신을 되뇌면서 프로를 향한 도전을 이어갔던 게 결실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입단 첫해 충남 아산을 상대로 K리그2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그 뒤 K리그1에서 통산 7경기를 소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21년 3월9일 홈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정규리그 경기를 꼽았다.
이날 선발 풀타임 출전을 펼친 유연수는 이날 무실점 경기(클린시트)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이창근(대전), 윤보상(이랜드), 박한근(아산), 오승훈(대구), 김동준(제주) 등 선배들을 보면서 주전을 향한 꿈을 키웠고, 언젠가는 ‘나 역시 저 형들처럼’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감격스러웠던 추억”이라고 했다.
유연수는 2023년 11월 11일 프로축구 K리그1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FC서울의 경기를 통해 친정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전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골키퍼 출신 유연수는 2023년 11월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서 은퇴식을 치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 타의로 벗게 된 골키퍼 장갑
꿈을 키워가던 그를 불의의 사고가 덮쳤다.
2022년 10월 18일 한 운전자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거리에서 만취한 채로 차를 몰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피해 차량에는 뒷좌석의 유연수를 포함해 제주 팀 동료 김동준, 임준섭 등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크게 다친 유연수는 응급 수술대에 올랐고, 하반신 마비와 신경·근육 기능 장애 등 큰 부상을 당했다.
그는 “수술이 끝난 뒤 의사 선생님께서 ‘평생 걷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너무 큰 충격이었다.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매일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돌아봤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1년 넘게 피땀 어린 재활을 진행했지만, 회복은 어려웠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힘든 시간 속 무너질 법한 감정 동요도 많았다.
휠체어에서 처음 바라본 세상은 무섭기만 했다.
외출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겁났다.
한때 병원에만 틀어박혔던 이유다.
유연수를 지탱한 건 가족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내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어린 조카들도 큰 힘이 됐다.
내겐 그런 가족들이 있는데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병원이 아닌 바깥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했다.
팬들의 격려도 뒤따랐다.
유연수의 은퇴식은 2023년 11월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서 함께 진행된 바 있다.
이날 경기장에 6039명 관중이 방문한 가운데 유연수는 “내 축구인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었고, 그제서야 내 모든 것이었던 축구에서 이젠 떠나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웃는 얼굴로 있으려고 했는데, 팬들께서 주신 응원 한 마디 한 마디에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를 빌려 팬들께 잘 이겨내고 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수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유연수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문밖 세상으로 나오다
슬픔을 뒤로하고, 새 도전을 향해 달린다.
‘스포츠맨’ 유연수의 삶은 계속된다.
재활 중 병원에서 아버지와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탁구가 계기였다.
그는 “다치고 난 후에 한동안 운동 관련해서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살만 찌고 자존심이 바닥을 칠 때쯤 탁구를 하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잠들어있던 승부욕을 일깨웠다.
그는 치열한 승부와 경쟁의 세계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자 결심했다.
체육계 관계자들을 수소문해 많은 조언을 구한 끝에 사격 선수 변신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현 소속팀 BDH 파라스의 장성원 감독과의 대화가 큰 울림을 줬다.
유연수는 “세종에서 처음 뵀을 때부터 이 팀에 오고 싶었다.
특히 장 감독님께서 해주신 현실적인 조언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여기서도 잘하는 사람이 국가대표가 된다’는 그 말씀이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고, 그러기 위해 사격 선수를 택했다.
이 팀이라면 더 성장해서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3년 뒤 열리는 LA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출발선에 섰다.
그간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고,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는 희망의 목소리로 보답할 차례다.
유연수는 “또래 20∼30대 청년층이 거듭되는 실패 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를 보면서, 또 나와 함께 이 역경을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병원 밖을 나서는 게 정말 두려웠다”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왜 더 일찍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늘 첫 발걸음이 어렵다.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2025년 새해에는 모두가 새 기회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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